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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입하지 못했다.

한국에 들어가 서점에 가면 언제나 무게와의 싸움을 내적으로 치열하게 해야 한다. 언제나 짐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입할 책을 고르는 것은 장고(長考)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된다.

마침 시간이 좀 있었기 때문에, 서점에 잠시 앉아 속독을 했다. 덕분에 이 책은 고이 서점에 놔두고 올 수 있었다.


오르한 파묵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노벨 문학상에서 젊은 수상자가 나오는 것이 드문데, 그가 바로 그 예외의 젊은 수상자이다. 하지만 젊다고 하는 것이 새파란 것은 아니고, 그가 1952년생인데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까 54세의 나이를 젊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터키의 문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그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많은 찬사를 접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그의 책을 읽지 못했다. 한국에 있었다면 당연히 읽었겠지만, 그간의 여러 가지 여건상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읽은 것이다.

책은 부제에 나오는 대로, 하버드대학에서 오르한 파묵이 했던 강의를 정리하고 출판한 것이다.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그의 설명이 간결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읽을 수 있었고, 한 주제에 대한 한 학기 강의를 들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하면...

소설의 독자는 둘로 나누어진다. 소박한 독자와 성찰적인 독자.

소박한 독자는 소설의 인위적인 면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소설가가 인도하는 대로 잘 순응한다.

그러나 성찰적인 독자는 소설을 분석하며, 그 소설과 반응하는 자기 의식에도 관심을 가진다.

소설을 완전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현실과 구분하지 않으려는 독자와 소설을 완전한 허구로 받아들이고 현실에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독자는 모두 틀렸다.

소설이 창작의 산물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작가의 경험을 전혀 배제하는 상상이란 불가능 하며, 또한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기술하는 것은 '소설'이라는 정체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결국 그 소설가의 경험과 상상의 적절한 배합이다. 그 조리법에 의하여 우리는 다양한 소설을 가지게 되고, 또한 그 소설의 중심부에 뭔가를 두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또한 책을 쓰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여건이 된다면, 한 권 사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엄청 많아졌다. 그리고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근간에 읽어야 하겠다는 강한 의욕이 생겼다.



소설과 소설가

저자
오르한 파묵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9-1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계적 작가 오르한 파묵과 함께 떠나는 소설 여행!노벨 문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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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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