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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23일)에 둘째 찬혁이가 고등학교 입시를 봤다.
바짝 공부를 한 것은, 아마도 두 세 달 되는 것 같다. 
과년도 문제들을 인터넷으로 찾아 출력해서 집에서 모의고사를 봤는데, 그 모은 양이 A4 1박스쯤 되는 것 같다.


목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주일학교 이후로는 개척교회 예배를 같이 드렸다.
첫째 준혁이는 그래도 좀 주일학교의 혜택을 누렸지만, 둘째 찬혁이는 거의 주일학교를 누리지 못했다.
어른들도 힘들어 하는, 1시간짜리 설교를 매주 들으며, 그래도 아빠에게 예배 드리는 태도가 정숙하지 못하다고 늘상 야단을 들을 때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참 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는 아이가 내게 그런 말을 한다. 
"학원 한 번 안 가고 이 정도 학교에 들어가면 내가 꽤 괜찮은 놈인거죠?"
그래. 그 말이 참 맞다.


아무 예고도, 준비도 없이... 한 걸음에 결정했던 일본행.
그 시절에는 내 눈에 교회 밖에 보이지 않았다. 
불속에라도 뛰어들면, 주님이 다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충만해 있었으니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리숙한 믿음을 주님께서 은혜로 받아 주신 것이.
하지만 지금은, 내게 자녀를 주신 것도 '목사'라는 이름 만큼이나 소중한 사명이라고 깨닫고 있다.


큰 아이는 4학년을 마치고, 작은 아이는 2학년을 마치고 일본에 왔다.
내가 먼저 일본에 와 있는 동안, 우리는 6개월을 떨어져 있었는데, 그 동안 엄마가 아이들에게 히라가나를 가르쳤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일본 초등학교에 갔을 때에, 아이들은 자기 이름도 겨우 쓰는 수준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막막했을까... 그 어린 것들이 그 막막한 세상에 던져졌을 때...
그러나 아이들에게 해줄 것이 없었다. 
우리 부부 모두 일본어에 벙어리요 귀머거리였고, 아이들을 위하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도 전혀 없었다.
우리 가족은, 왕복 1시간의 거리인 교회에 차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로 다녔고, 아이들은 다시 주말에도 구약소에 있는 볼란티어 일본어 수업을 듣기 위해 40분을 왕복했다. 
이제 갓 3학년에 들어섰던 둘째가, 자전거를 비틀거리며 찻길을 달릴 때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한숨과 함께 기도가 절로 나왔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떠밀리며..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


목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더라.
오히려 가족들이 더 힘들더라. 선교지에 나오면, 설음도 많더라. 내 새끼 배불리 먹이는 욕심 부리고, 내 식구 따뜻하게 하는 욕심 품고서는 갈 수 없는게 이 길이더라... 참 많이 울고, 참 많이 배웠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덧, 큰 아들은 대학을 목전에 두고 있고, 작은 아들은 고등학생이 된다.
아직 합격통지가 날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는 여기까지 온 것도 참 귀하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인생에는 실패와 역경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역경을 지나온 사람에게 역경은, 넘어갈 길에 불과할 뿐이다. 오르지 못할 산은 없고, 지나지 못할 바다는 없으니까...
나는 내 아들이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님이 키워주신 그 떳떳한 자부심이, 자기 긍정이, 자기에 대한 신뢰가 다른 무엇보다 더 귀한 재산이요, 보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일이 발표일이다. 아마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 없이... 나는 그냥 감사하다. 그 무수한 비틀거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지켜주신 주님의 은혜가, 아이들의 마음을 키워주신 사랑이, 그리고 한 사람으로 따뜻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목메이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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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 찬혁이가 고입 입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주일에는 특별전형을 위해 오이즈미 고등학교에 가서 면담과 집단토론, 논술고사를 봤다. 만약 그것에 합격을 하게 된다면 입시를 패스하게 되겠지만, 아니면 2월 22일에 시험을 치루게 된다. 시험과목은 5과목,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이다. 

입시를 위해 요즘 모의고사를 계속 보는데, 생각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생이다. 시험날의 컨디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힘들더라도 50분 시험 후에 10분 쉬고 다시 50분 시험을 보는 방식의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나중에 채점을 해서 복습할 때에는, 영어는 아빠가 도와주고, 수학과 국어는 형이 도와준다.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에 대하여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살피는 과정은 역시나 힘이 들었다.

공부가 쉽지 않다. 어쩌면 아이의 인생에서 처음 대하는 역경의 고개일 것이다. 처음에는 만만하게만 생각하더니 요즘에는 차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가 실력만이 아니라 마음이 자라는구나 생각하며 사랑으로 지켜보고 있다.


주일에 나서는 아이에게 편지를 주었다.
시험 치루기 전에 읽어보라고. 그 편지를 하루 전 새벽에, 밝아오는 미명을 보며 썼다.

나중에 나이를 먹었을 때에도, 아들이 아빠에 대한 추억으로 간직해주면 좋겠다. 나에게도 기념이 될 것 같아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둔다.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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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째 찬혁이의 원서를 썼다.

벌써 이렇게 의젓하게 자랐다. 일본에 처음 데려온 것이 2006년4월18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마냥 어리기만 했는데... 그 시절의 사진을 찾아봤다.




갑자기 목이 메인다. 세월이 그저 흐른 것은 아니었구나.

학원 한 번 보낸 적이 없이 지냈다. 공부 하라고 채근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서 곧잘 성적을 받아 오더니, 형이 다니는 제법 좋은 학교에 원서를 쓰게 되었다. 

늠름하게 자라준 아들이 고맙고, 그렇게 자라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시고 붙들어 주신 나의 하나님이 감사하기만 하다. 

"아들,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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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7월 18일은 일본의 휴일인 ‘바다의 날’이다.

덕분에 토, 일, 월의 3일 연휴가 만들어졌다. 여행하기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리 동네인 ‘히까리가오까(빛의 언덕)’에서는 3일 동안 마쯔리(지역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일본에 올 때에,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이었다.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중학교2학년, 고등학교1학년이 되어 있다.

이곳에 잘 적응해서, 지금은 친구도 많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다.

 

찬혁이가 월요일에 계획을 하나 잡았다.

집에서 출발하여 동경 시내에 있는 ‘스카이트리’에 다녀오겠다는 것이다.

스카이트리는 동경타워를 대신하는 새로운 동경의 랜드마크다.

내년 봄에 완성되는데, 그 높이가 634m로 방송탑으로서는 세계 최고의 높이란다.

가는 것은 좋은데… 요즘 동경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낮기온이 무려 36~37를 오가는데, 그것도 한낮에는 도시가 달구어져서 훨씬 더 높다.

그리고 집에서 거리가 작지 않다.

직선 거리로 18Km 정도 찍히는데, 우에노공원과 아사쿠사를 경우하기로 코스를 잡으니 왕복 40Km가 훌쩍 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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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걱정을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지지했다.

벌써 학교에서 함께 갈 아이들을 두 명 섭외했는가보다. 그런데 다른 녀석이 그 계획을 듣더니 “너희들 미쳤다!”고 하더란다.

오기가 생긴 찬혁이와 친구들이 그 녀석을 설득했다. 결국 그 녀석도 이번 모험에 같이 가기로 했단다… (같이 미친거지, ㅋㅋㅋ)

 

주모자로서 나름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찬혁이가 전날 잠을 못 잤다. 교회에서 주일 뒷정리를 하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 새벽 5시에 문자가 왔다.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으니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 출발시간을 8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7시에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찬혁이가 없다. 아내의 말을 들으니,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 6시 반에 집을 나갔다고 한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 찬혁이가 찍은 미명. 요즘 동경은 4시 직전에 해가 뜬다. 정말 날을 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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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했더니, 네리마가스가쵸에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카메라는 그냥 핸드폰으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연락하라고 했다.

스쿠터를 타고서라도 출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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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이들이 출발했다. 대략 7 조금 넘어서 출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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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20분에 문자가 도착했다. 우에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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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일단 서양미술관으로 향한다. 
동경시내가 모두 절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술관은 춥다.
아마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일본은 중학생까지 모든 미술관 관람이 무료이다. 
상설전도 그렇지만, 특별전 역시 마찬가지라서… (부럽다!) 아이들은 예술작품을 만나는 것이 아주 즐겁고 쉽게 되어 있다.

우에노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을 찾았는데, 대영박물관 초대전으로 [고대의 그리스전]이 열리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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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이랑 같이 기념촬영도 하고… 땀냄새 물씬~

아직도 생생하네. 역시 아이들이군. 그런데 한 녀석은 그림자처럼 잘 등장하지 않는다.

우에노에는 호수가 있다. 그리고 보트장도 있다.

예전에 데려갔을 때에, 보트를 태워주었더니… 찬혁이가 좋았던가보다.

미술관에서 나와서는 보트장으로… (안 덥니?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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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출하다. 뭔가 먹어야 하겠지.

친구들과 함께 조나산(Jonathan; 일본에서는 절대 조나단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에 갔다.

훼미리 레스토랑이다. (오후12시17분)

메뉴는 스파게티와 팬케익.

이거 먹고 되겠냐만… 아이들의 선택이니까. (용돈 넉넉하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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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달려서 스카이트리에 도착(오후 1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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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념촬영… 목표는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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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는 아사쿠사를 들렸다.

일본인들이 1월1일에 제일 많이 찾는 긴자가 있는 곳이다. 그곳의 뇌문(雷門)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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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갔던 길을 열심히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6시 반에 도착. 무려 12시간의 대장정… 하지만 다행히도 구름이 끼어서 날씨도 도와주었고,

아이들은 모두 생생하게 돌아왔다…

아사쿠사에서 오미야게(여행선물)로 만쥬도 사왔다. (멋진 놈이야!)

 

그런데 이 녀석, 저녁을 먹더니.. 또 나간단다.

오늘이 마쯔리 마지막 날이라고 친구들 만나기로 했단다.

결국 30분 집에 있다가 7시에 나갔다. 아마도 열시는 넘어 들어왔을꺼다.

그리고도 이번 주인가, 다음주에 다시 친구들과 영화 보기로 했다나.

트랜스포머가 일본에서 이번에 개봉하는데, 그걸 보기로 했다고… 에휴~

또 뜯기게 생겼다! ^^ 행복한 비명~

우리 아들은 절대 돈을 달라고 하지를 않는다. 다만 자꾸 내 앞에서 돈을 센다.

그래서 용돈을 줘야 하냐고 물으면 “괜찮아요!”라고 대답한다.

몹시 맘이 불편하다… 결국 내 밥값이라도 주고 만다.

차라리 달라고 하면 꿀밤이라도 줄텐데… 역시 아들은 고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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