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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분명히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잊습니다.
일본에서는 다시 원전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전쟁의 위협 속에서 그 원전을 무기로 바꾸어 핵무장을 하자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참으로 경악할 일입니다. 역사상 핵 폭탄을 두 개나 맞은 나라, 그리고 인류에게 일어난 원전사고 중에서 가장 큰 참사가 일어난 나라가, 그 사고로부터 2년도 안 지나서 어떻게 핵무기를 입에 올리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욕망에 눈이 어두운 인간의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북대지진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것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 그리고 인생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참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 어려움 속에서 저에게도 힘든 나날이 이어졌지만, 그러나 고통 또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어제 하루 동안... 일본동북대지진의 2주년을 기념하여 저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입니다.
하나하나 다시 곱씹으며 사진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삼가, 고인들에게 평안을... 그리고 남겨진 유족과 재해민들에게는 위로를... 다시 전합니다.


오늘이 일본의 동북대지진 2주년입니다. 
지진은 오후 2:46분에 일어났고, 경보 후 약 15분 후부터 인근에 쓰나미가 몰려들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20미터에서 40미터의 쓰나미가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날은 아주 쾌청한 날씨였습니다. 
2만5천명이 죽거나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지만, 실상은 정확한 통계가 불가능했습니다. 마그네튜 9.0이라는 인간이 목격할 수 있는 최대의 이 재난이 과연 무엇인지, 나름대로 기념해 볼까 합니다.

이 사진들은, 사고후 재난지원을 위해 구호품을 가지고 방문했던 현장에서 제가 직접 촬영한 것들입니다. 기억에 남는 몇 장만 올려 보겠습니다...



자동차는 특히 처참했습니다.
참 역설적이게 보였습니다.
인간이 몸을 대신하여 속도를 추구하여 가장 빠름의 기계를 낳았지만, 그 기계 역시 죽음의 속도를 이기지는 못한다는 증명 같았습니다. 
도시 곳곳에 쳐박히고, 엎어지고, 만신창이로 찌그러진 차를 보면서... 나에게는 저것들이 다 인간의 몸뚱이요, 영혼 같았습니다.
물질문명의 꼭대기를 추구했던 일본, 가장 자연재해에 대하여 완벽한 대비가 되어 있다는 일본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창세기 11장에는 바벨탑의 사건이 나옵니다. 인간은 거기서 하늘에 닿는 도시를 짓고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인상적이게도... 하나님은 그 도시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 '내려오십니다.' 
'하늘에 닿는 도시'라는 허망한 야망을 위해 올라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간들의 도시는 하나님께서 '내려오셔야'하는 땅의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나는 그 허망한 '바벨탑'의 실체를 내 시대에서 목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래의 앨범 사진이 볼 때마다 가슴 아픈 사진입니다.
쓰나미에 쓸려서 그야말로 사라진 도시의 폐허에서 망연자실 하다가, 그 한 주택에서 찾아내 내 손으로 펼쳤던 앨범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거기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 집에 저렇게 저녁 식탁이 있고, 아이가 있고, 꿈이 있고, 웃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참 허허로운 것이 사람이구나. 사랑하고 사랑 받을 기회가 지금뿐일지 모르겠구나... 한참을 그 밀려오는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저는 가끔 이 사진을 꺼내 한참을 다시 봅니다.

그것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이 한 장의 사진이 나에게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역설적이게도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주택지는 거대한 폐허의 벌판으로 변했습니다.
학교건물도 안전하지 못했습니다. 쓰나미와 함께 떠밀려온 자동차와 집의 잔해들이 학교건물에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공장지대 역시 철골구조만 남겨졌습니다.

2만5천의 사망, 실종자 통계가 정확할 수 없는 까닭은, 이처럼 마을 자체가 한꺼번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웃에 누가 살았는지 증언할 사람도, 관공서도 남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노동의 현장에서 노인이 많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죽었는지조차 모르게 사라진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을 것입니다.

덩그런 폐허에 장비와 함께 누군가 써 놓은 '힘내자! 이시마끼'라는 간판이 아리게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그래도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들 만큼이나 산 사람들의 처지도 나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 해에는 더욱, 이상기온으로 늦추위가 계속되었습니다.
눈이 오고, 밤이면 살을 에이는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구호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닐 봉지에 담겨진 식량과 물과 생필품을 받아야만, 한꺼번에 집과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살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원자력발전소의 불안한 소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렇게 얼어붙은 땅에 쳐박힌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들은 자원해서 자기 차에 식량과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와서는 나누고, 함께 먹고, 잔해를 치우고, 함께 텐트에 누웠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안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사람이 위대한 것은, 모두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사람답게 살려고 안깐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사망과 생명의 경계가 분명했습니다.

도시가 쓰나미에 휩쓸려 폐허로 변해버린 그곳에, 저 축대 위에는 멀쩡한 생명의 피난처가 있었습니다.
당일에 많은 사람들이 저 축대 위에서 도시가 물에 잠기고, 불이 나고, 같은 마을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비명 지르며 지켜 보았다고 합니다.
한 발의 길이, 한 발의 높이... 그것은 평소에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그러나 재난 속에서 생명과 죽음을 갈랐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이와 같을지 모릅니다.




이 동영상은 바닷가 시오가마항의 한 멘션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항구를 타고 들어온 쓰나미가 삽시간에 도로를 타고 도시를 휩쓰는 과정이 잘 보여지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이와테에 쓰나미가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갔을 당시에도, 아직도 여전히 대형지진의 위험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한 주에 400번 정도의 여진이 왔습니다.
그 흔들림과 추위, 공허함, 곳곳의 잔해에서 아직도 확인되는 시신, 그리고 사람들의 상실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대단하다고요? 착각에 불과합니다.
산다는 것은 허락된 은혜입니다. 그 은혜가 취소되는 순간, 인간은 야망과 끈끈한 집착을 끊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결말입니다.



한 작은 어촌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습니다.
어린 시절에 이곳에서 자랐던 남편은, 은퇴한 후에 정착하기 위해 고향집을 고쳤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도시와 이곳을 왕복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쓰나미가 몰려왔습니다.
축대 위에 있던 이 집의 1층까지 물이 밀려왔고, 그 물은 계단을 타고 2층을 휘돌아 나갔습니다. 덕분에 집안이 온통 물에 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이 집을 결코 헐지 않겠답니다. 나라에서는 집을 철거하면 새로 짓는 보조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그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집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집안에서 쓰레기로 변한 살림살이를 집 밖으로 들어냈습니다. 
한 나절을 땀을 흘리며 함께 일하는 동안, 우리는 언어, 민족, 국가, 나이를 넘어 친구가 되었습니다. 
나중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놀러 오라고... 따뜻한 미소로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 부부에게서, 우리는 따뜻한 희망을 보았습니다.





아픔, 슬픔, 죽음이 지난 자리에서도 자연은 여전했습니다.
갈매기는 창공을 날았고, 노을은 안식을 위해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깨지고 망가진 세상에서도 사람들은 움직이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숭고했습니다. 아름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하셨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이재민들은 고통 속에 있을 겁니다.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고, 무엇보다 돌아올 수 없는 가족을 가슴에 묻고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3/11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화인(火印)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사람은 삽니다. 살려고 노력하고, 마침내 그 고통을 이겨냅니다. 그것이 희망의 힘입니다.

세상은 아프지만, 그런 희망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이유이고, 이곳에서 아직도 복음을 전하려고 애쓰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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