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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3 목양칼럼

 

꿈 같은 시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꿈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곤란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2020년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런 일상이 찾아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팬더믹)으로 국경은 봉쇄되고 사람들은 집에 갇혔으며, 아이들은 교육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이 곤란한 상황이 지나가고 다시 일상의 자유를 맞이할 수 있을지 예상도 쉽게 되지 않는 요즘입니다.
갑자기 닥친 이 시련은, 국가의 리더십을 시험하고, 개인의 성품과 인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적당하게 감추어졌던 우리의 속모양들은, 이제 감출 수 없는 지루함과 두려움, 이기심 속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유익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마치 세계의 공장들이 멈추어 서자 바다가 살아나고 철새들이 돌아오는 것처럼, 이 코로나19는 식구들이 다 모여 매일 저녁을 먹는 일상을 강제했고, 또한 우리 자신의 실체를 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정원사들은 이른 봄에 가지치기를 합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이제 봄기운을 좀 받으려는 나무들에게 가혹한 가위질을 하는 것이 조금은 안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때가 가장 좋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봄은 정열적인 생명으로 나무를 다시 살려놓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른 봄에는 거침없이 가위질을 해도 무리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어려움은 지나갑니다. 사실 모든 어려움이 그렇습니다. 저는 이 분명한 원칙 속에 하나님의 자비가 깃들어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믿는다면, 우리는 어려움을 통해 부실한 가지를 잘라내고 자기를 더 건실하게 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부수적인 것들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부수적인 것들을 너무 많이 용납하고 연연하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혼잡해지고 마음은 어수선하게 됩니다. 때문에 가끔은 부수적인 것들에게 선을 그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지만,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꼭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하여 확실한 결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꿈처럼 일상이 멈춘 지금이 어쩌면 그렇게 자기를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휴가는 계획을 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닐테니까요. 어쩌면 우리의 평생에 다시는 없을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십시오. 조용한 사색과 기도와 독서와 글쓰기의 시간을 권합니다. 가족과의 대화는 많이 하시되, 가끔은 그 대화로부터도 좀 떨어진 여러분만의 시간을 가져 보십시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지나온 여러분의 시간과 앞으로 걸어갈 여러분의 시간을 헤아려 보십시오. 사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라도 그것을 아껴 사용하고 후회 없는 인생이 되도록 세밀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목적이 있는 삶을 희망했습니다. 치열하게 살아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산다'는 말의 의미가 묵직하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젊은 시절에 생각했던 거창한 것들보다 훨씬 작고 소소한 것들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규칙적으로 산책하고, 혈압을 체크하고, 커피를 마시고, 몇 글자의 글을 쓰면서 혼자 생각하고, 지난 사진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짓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리고 다시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를 손질하며 미래를 지긋이 전망하는 것… 그 자체로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대단하고,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의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우리 안에 욕심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욕심은 쓸데 없는 걱정과 염려로 이어지고, 그래서 우리 마음은 쉴 틈이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그래서 계획이 없는 인생도 무모하지만, 너무 계획에만 매달리는 인생도 갑갑하고 힘든데… 우리가 덜 중요한 것을 잡고 놓지 못해서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됩니다.
답은 각자의 몫입니다. 그 대답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그 인생의 결과 또한 각자가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목사로서 저의 역할은, 이런 것들을 제시하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인생의 결정권은, 결국 그 주체로서의 개인과 하나님 사이에 이루어지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습니다. 때문에 그 결정에 대하여 '권면'은 하겠지만, '주장'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늘 드리는 말씀과 같이,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보다 나쁜 것은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결정이라도 했을 때에는 그 결과를 책임지고 다시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지혜를 배워갈 수 있지만,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며 인생을 낭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면 실패도 인생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래서 신중한 것과 우유부단한 것은 다르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신중은 마지막까지 골몰하되 반드시 스스로 결정하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스스로 져야 하겠지요. 결정과 책임은 언제나 별도의 내용이 아니라, 하나의 세트메뉴라는 것을 아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유부단은 결정하지 못할뿐 아니라 책임지지도 않는 태도입니다. 어쩌면 책임지지 않기 위하여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 우유부단의 실체일 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지금은 잘 사용해야 하는 기회입니다. 흔치 않은 시간입니다. 인생에 다시 없을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하며,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제가 대답할 내용이 아니라, 여러분이 찾아야 할 여러분만의 숙제입니다. 모쪼록 그 숙제를 잘 하기를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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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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