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늘 거기 있으라
흘러가지 말고 제자리에
자기다운 모습으로 또렷이
거기에 못박혀 있으라
함께 가자고 손짓을 해도
비바람이 불어도
혼자 뒤떨어진 것처럼 초라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곳에 있으라
눈물이 흐른다는 것은
아직 마르지 않은 샘
누군가 울어줘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너라도 울어줘야 하지 않겠나
거기 있으라
땀과 눈물로, 탄식으로, 한으로
기쁨으로, 희망으로
자녀를 위해 눈물로 씨를 뿌리며
처연하게 서 있으라
어느 날엔가
폭풍의 언덕에서 햇살이 피고
숨이 땅에 돌아오는 아침
네 자리가 나의 자리가 되어
샘이 터지고
포도나무가 들판을 달리고
멈추었던 노래가 다시 들리며
죽음이 떠나가고
생명이 돌아온 것을 춤출 때까지
죽더라도 거기 있으라
그곳에 깊이 서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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