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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훈
출판 : 문학동네 200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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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주(古今注; 진(晉)나라 최표)에, 조선의 진졸(津卒) 곽리자고(霍里子高)가 새벽에 일어나 배를 저어 가는데, 머리가 흰 미친 사람(백수광부;白首狂夫)이 머리를 풀고 술병을 든 채 어지럽게 물을 건너려 하고, 아내는 뒤따라가며 말렸다. 그러나 남자는 끝내 물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그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공무도하(公無渡河)의 노래를 지으니, 그 소리가 너무나 애절했다. 노래가 끝나자 그녀도 스스로 물에 빠져 죽었다. 곽리자고가 집에 돌아와 아내인 여옥(麗玉)에게 그가 본 광경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여옥이 슬퍼하며 공후(箜篌)를 안고 그 소리를 본받아 타니 듣는 사람이 모두 슬퍼했다. 여옥은 그 소리를 이웃 여자 여용(麗容)에게 가르쳐 주고 널리 퍼지게 하였으니, 이를 일컬어 ‘공후인’이라 하였다.

-해동역사-

公無渡河 (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임이 그래도 물을 건너시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앞으로 임을 어이할거나.

공무도하가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서정시이다. 아마도 고조선 시대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수광부(白首狂夫)가 강을 향해 달려간다. 그의 아내는 물가에서 그 장면을 보며 구슬프게 만류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남편은 곧 물결에 휘말려 사라진다. 그리고, 아내의 노래는 강변에서 애처로운 통곡이 된다... 그리고 아내도 강에 뛰어들어 하나가 된다.
단조로운 것조차 오랜 세월은 상상과 창작의 동기를 이룬다. 백수광부는 왜 강의 건너편으로 가려고 했을까? 머리가 희도록 나이를 먹은 그에게 안전한 이편이 아니라, 위험한 저편의 무엇이 그리도 절실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문정수라는 사회부 신문기자이다. 소설가 김훈이 젊은 시절을 신문기자로 살았기 때문에, 더없이 작가 자신을 잘 투영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고향처럼, 어머니처럼 그를 품어주는 노목희라는 여인이 있다. 이 둘이 결국에는 공무도하의 남편과 아내의 구도를 이룬다. 
그리고 소설의 시작부터 이어지는 물난리, 폭우 속의 사건들과 갯벌을 간척하여 육지를 만들면서 하나의 어촌이 분해되고, 진화하는 것으로 묘사된 고향, 해망은 모두 물의 이미지로 본래의 시와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마치 신문을 읽는 것처럼 지금을 묘사한다. 소설의 모든 사건들은 허구이면서도 현실이다. 그런데 묘하다.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던지는 언어들이 너무도 높고 깊다. 특별히 지적으로 묘사된 누구만이 아니라, 소설의 모든 인물들이 진중하게 입을 열고 닫는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말이 결국 작가의 말이고, 작가의 말은 백수광부의 말이다.
공무도하가의 강 건너편이 피상의 세계라면, 어쩌면 작가는 소설을 통해 너무도 현실적이지만 그곳에서 치열하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창작함으로써 바로 그 피상의 세계를 그려내려고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작가 김훈이 그리는 피상의 세계는 완전한 무균실의 세계가 아니라, 무좀이 꾸물거리고, 발냄새와 몸냄새가 세상의 냄새와 섞이는 곳이며, 그 고통과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아내는 곳이다.
언어가 조밀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현실감에 치여 결말은 조금 허전하다. 글을 읽고나니 어떤 느낌이 향기처럼 오래 남았다. 

소설가 또한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가 보는 세상을 향한 시선도 변해간다. 이 소설은 그래서 미완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문학이란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강 건너의 무엇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신문기사와 다를 바가 무엇이랴...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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