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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7 조국을 가졌는가?


근간에 아이들을 한국에 보낼 생각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버지로서의 고민이 담긴 결정이다. 일본에 왔을 때에, 준혁이는 5학년, 찬혁이는 3학년이었다. 당장 일본학교에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일본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언어적 장벽으로 인하여 부모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들을 앞세워야 하는 상황들이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은 격려와 자신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언제나 긍정적으로 말하고 격려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갔다. 아이들은 일본어를 구사하고 일본 아이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에 더 이상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참 감사하다.

하지만 조금씩 아이들의 표정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특별히 준혁이와 찬혁이가 소학교와 중학교로 갈라진 이후, 각자의 학교생활에서 혼자여야 하는 한국인으로서의 어려운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물론 한국에는 과도한 사교육 열풍과 입시전쟁, 그리고 점점 퇴락하는 ‘학교’라는 곳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식을 위해 이민을 선택한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국이 달라질 수는 없다. 문제 많은 사회지만, 그래도 내 나라이고 내 땅이다. 사람들의 정서도, 생각도, 체질도 비슷한 우리의 조국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리 말을 잘하고 훌륭하게 적응해도 우리는 영원히 이방인이요, 나그네일 수밖에 없다.

난 아이들이 점점 ‘조국’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배우기를 바란다. 그것은 영어를 익히고, 수학을 잘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살던 나라가 가장 좋은 나라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완벽한 사회라는 말도 아니다. ‘조국’이라는 말의 의미는,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요, 내가 헌신해야 할 나라라는 의미이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서, 한국이라는 땅이 영원히 아이들의 가슴에 그립고 향수가 있으며, 좋은 추억의 땅으로 각인되게 하기 위해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한국에 보내야 하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을 위해 헌신한다. 교회를 위하는 것처럼 말은 잘하지만 전혀 헌신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실상 다른 것을 더 사랑하지 주님과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말려도 헌신한다. 그들의 가슴에 담긴 사랑이 헌신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도록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동해바다의 일출과 설악산의 웅장함과 지리산의 고단함과 서해의 갯벌을 만나고 사랑하게 하고 싶다.

이스라엘은 나라 없는 설움을 오래 겪은 후에야 ‘조국’의 가치를 가슴에 새겼다. 언제나 테러가 일어나고, 주변국가들의 침략이 끊이지 않는 땅이지만, 그 모래벌판이라도 내 나라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사를 통해 배웠던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가?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바른 정체감이 있는가? 우리 아이들을 누구로 키우고 있는가? 우리 교육의 목표는 영어 잘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올바른 인간이요, 신앙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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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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