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0 나이 먹어도 괜찮아
2011-07-10 목양칼럼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본래 억울하고 슬프기만 한 일은 아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육신의 노쇠함 이상으로 그의 정신과 인격이 풍요할 수 있다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영광스러운 것이며 행복할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세월에 대한 한탄은 흘러간 세월에 비하여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다는 자각에서 나온다. 나이만 먹었지 도대체 인생에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정신적으로 추락하는 비행기처럼 곤두박질친다.
성경에는 나이 먹은 사명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브라함이 새출발을 결단한 것이 75세였고, 모세가 호렙산에서 불타는 사명의 나무를 보았던 것은 80세였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여호수아와 갈렙도 70세가 훨씬 넘어서 가나안 전쟁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더 일찍 믿음을 가지고 순종했다면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하나님의 섭리와 사명의 준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극히 인간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셉과 다윗의 인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설사 아주 늙은 나이가 아니더라도 하나님은 압축된 세월 속에서 사명자를 ‘나이 먹게’ 하신다. 속된 말로 ‘애늙은이’를 만드시는 것이다. 이러한 숙성의 과정이 없이 사명자는 만들어질 수 없다.
이것이 하나님의 준비이다. 하나님은 사명자에게 능력이 아니라 인격을, 지능이 아니라 지혜를, 기술(skill)이 아니라 경륜을 원하시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특별한 은혜 속에서, 보낸 세월(나이)보다 훨씬 깊은 것을 얻었으며, 그로 인하여 시대를 변화시키는 탁월한 사람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나이 먹는 것이 두렵지 않다. 이룬 것이 적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정리된 것이 늘어갈수록 언젠가는 이것들이 꼭 요긴하게 사용될 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왜냐하면 사명자로서의 내 세월은 결국 하나님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목회로 인하여 많이 속상했다. 가슴에서 눈물이 났다. 속상함을 달랠 길이 없어 우두커니 창가에 서 있다가, 결국에는 기도자리에 앉았다. 가슴에서는 펌프질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이 말씀을 들었다.
(이사야 53:3) 그는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 받았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가리는 것 같이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런 일들은 그냥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다. 나를 만드시는 하나님의 세월일 뿐이다. 결국 이 슬픔도 내 재산이 될 것이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내 인생의 상처들을 통해 오히려 목회의 진주들을 만드실 것이다.
깨달음의 순간에 나는 손을 들고 감사했다. 문제는 잊혀졌고, 은혜만 남아 빛이 났다.
흰머리에 부끄럽지 말자. 세월은 나를 익어가게 한다. 역경과 고난은 그분의 사랑이다. 내가 그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분은 나를 중요하게 사용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이 시대를 향한 내 안의 메시지이다. 공허한 말이 아니라, 피 묻은 복음이 필요하다. 비루한 것들을 단칼에 날릴 수 있는 날카로운 말씀의 검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지금 이 광야에서 나에게 그 검의 길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가치 있는 길을 가고 있다면 세월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세상이 무어라고 말하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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