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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의사(醫師, doctor)


흔히 히포크라테스를 의사들의 아버지라고 한다. 그러나 기원전 약 460~370년에 그리스에 살았던 히포크라테스에 대하여 많이 알려진 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철학과 마술에서 의학을 분류하여 자신의 학파를 만들었으며, 지금까지도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남겼다는 사실이 유명하다.


그는 의사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가지는 의미는, 의사가 의료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단순한 장사꾼이나 기술자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특별한' 조력자라고 그 정체성을 정의 내린 것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의사는 아무리 환자가 원하더라도, 아무리 큰 보상이 약속되었더라도 환자의 심신에 독이 되는 것을 주지 않으며, 상해를 입히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거니와 의사들은, 이 선서 앞에 부끄러웠다. 얼마나 많은 권력자들이 의사의 손에 의하여 독살 되었는지 역사책을 살펴보라. 

그리고 지금도 의사들은 싸우고 있다. 더 유명하고, 더 부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했던 선서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의사'가 될 것인지... 이 시대와 사회는 의사들에게 싸움을 강요하고 있으며, 때문에 의사들이 자신들의 선서를 계승하고 지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환자가 원해도 환자에게 독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 그렇다면 의사는 무엇을 돕고 조력하는 것인가? 

의사가 독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당연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분명 가볍지 않은 의미가 숨어 있다.

물론 환자가 병을 낫기 원할 때, 의사는 환자를 돕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병이 불가항력적이라거나, 혹은 너무 고통이 크다거나, 혹은 심각한 장애를 주어서 환자에게 더이상 그런 장애를 가지고 살고 싶지 않게 만든다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환자는 자신의 죽음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요즘 사회적 고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안락사'의 문제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근본적으로 이런 의사의 역할, 곧 '죽음'의 편안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는 '환자'의 조력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이런 경우도 있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의 경우, 이 정신적 고통은 끝없이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환자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시도한다. 정말 간절히 원하기도 한다. 

이런 정신적 질병에 고통하는 환자의 의지는 존중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무시되어야 하는가? 의사는 환자를 돕는 사람인가? 환자의 의지에 반하는 의사의 행위가 정말 환자를 돕는 것인가?


깊이 생각하면, 의사는 환자의 의지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돕는 사람이다. 

스스로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그것은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  의사는 '생명' 자체를 숭고하게 여기고 그 생명이 존속하려는 의지를 돕는 것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조차, 몸은 살려고 한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라고 하여서, 몸에 벤 상처가 방치되는 것이 아니다. 몸은 필사적으로 피를 멈추게 하고, 찢어진 상처를 회복하려고 한다. 전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말이다. 

의사는 이런 몸의 기능, 그 본질적인 생명의 의지를 알고, 믿고, 조력하는 것이다. 때문에 의사는 때로 환자의 의지와 충돌을 하면서까지, 심지어 사회적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생명 자체를 지키려고 한다.

연쇄살인마도 응급실에 실려오면 의사는 최선을 다해 그를 치료한다. 아무리 불법한 사람이라도, 의사는 환자의 신상과 관련된 비밀을 유지하고 누설하지 않는다. 내적 갈등이 수반되겠지만, 그것은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숙명이다.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놓고 그것을 위해 자기를 던질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는 기술자일 뿐이지 '의사'는 아닌 것이다.


이 점에 있어 '의사'는 특별하다. 존경 받아 마땅하다. 굳이 직업 소명설을 불러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직업이 '성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있어, '생명'은 곧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 하나님의 은총을 받들고 섬기는 것이 어찌 성직이 아니겠는가!

다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시대에 과연 '의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건강한 전통이 세워지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우려가 많다. 많은 자들이 각기 제 길로 갔다. 과도한 명성과 지나친 부를 좇아, 심지어는 권력을 얻기 위해 '생명'에 대한 본래의 각오를 버렸다.

흰 가운은 작업복이 아니다. 그것은 무균의 각오이다. 환자를 위해 결백한 자기를 유지하고 관리하겠다는 다짐이 그 복식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어찌 현미경에 보이는 세균만 무섭겠는가? 인간의 정신을 좀먹는 탐욕의 세균과 바이러스는 더 끔찍한 재앙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의사가 금력의 앞잡이가 되고 권력의 시종이 될 때에, 그야말로 시대는 암담하다. 그것은 약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며 근본적인 신뢰가 배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다운 의사들을 존경한다. 더불어 변절하는 의사들에게 부탁한다. 그러지 마시라. 제발 '생명'의 수호자와 조력자로 남아 주시라. 그대들의 성역을 배반하지 마시라. 배 고프다고 환자의 등을 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양아치나 할 일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그대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 의사가 아니던가!



P.S. 

의료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 [서명하기] : http://goo.gl/weuYeV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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