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시] 우리는 아직 죄인이다
혼자말/靑情 / 2015. 4. 11. 16:07
우리는 아직 죄인이다
- 세월호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얼음 같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우리 새끼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
나부끼던 노란 깃발은
죄 많은 애비애미의 얼굴과 함께
낡고 헤어졌다
한 해가 다 가도록 우리는 너희 앞에
죄인이다, 이 모순의 땅에서
탐욕도 거짓도 걷어내지 못한
무능하고 초라한 어른이다
맘몬을 위해 자식도 바쳤다는
가나안의 미신처럼
경제와 번영의 이름으로
너희들의 시신을 덮으려는 어둠의 표정은
얼마나 추악하고 해괴한가
아들아, 네 낡은 교복의 냄새가
봄꽃처럼 그립다
딸아, 네 고운 목소리 지껄임이
숨구멍처럼 간절하다
그래서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이런 땅에선 죽어도 죽을 수가 없다
얼음 같은 바다에서
내 새끼 푸른 이름 꺼내 놓기까지
침몰한 진실을 인양하기까지
우리 모두 평화를 얻기까지
우리는 죄인이다,
너희와 우리의 창조주 앞에서
도저히 할 말 없는 죄인이다
여전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우리의 얼굴이 이래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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