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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7.27 노회찬 의원 추도식 추도사
  2. 2018.07.27 유시민의 추도사
  3. 2018.07.27 노회찬의 6411번 버스 이야기



■ 유시민 작가 추도사

추도사가 아니고, 노회찬 대표님께 짤막한 편지를 하나 써왔습니다.

써온 대로 읽겠습니다.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우리에게 다음 생이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 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는 못 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더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은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잘 가요, 회찬이 형.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


■ 영화배우 박중훈씨 추도사

저는 노회찬 의원님을 유권자이자 팬으로 알았습니다. 14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았습니다. 형님, 아우하면서 서로 잘 지냈어요.

평소에 의원님이 해주신 말씀이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행동을 잘하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존경하고, 말잘하는 사람보다는 글 잘쓰는 사람을 더 인정하고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사람은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저에게 일러주셨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제각 노회찬 의원님을 따르고 형님으로 존경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성향이나 생각을 떠나서 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고, 초지일관 일생을 던져서였습니다. 수년 전 같이 선거운동을 하다 너무 과로하시는 것 같아 ‘형님 좀 쉬시죠, 쉬시고 하시죠’ 했더니 그 와중에도 웃으시면서 ‘아우, 휴대폰 배터리가 다 방전된 다음에 충전하는 걸세. 나는 유권자 여러분에게 내 휴대폰 배터리를 모두 쓰고싶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거에서 승리하신 적도 많았지만 누가봐도 되지도 않을, 이기지 않을 선거에서 만나서 말씀 드리면 ‘아우, 나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진적이 없다네.’ 근데 진 적 많았거든요.

얼마전 가장 최근에 뵌 것이 1월, 지인과 함께 소주 한잔 했습니다. 그때 제가 웃으면서 우스갯소리로 ‘형님 왜이렇게 잘 생기시고 멋있어요’ 했더니 껄껄 웃으시면서 농담으로 받아주시며 ‘내가 원래 멋있고 잘생겼어’ 하시면서 여유롭게 웃어넘기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것이 마지막으로 뵌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렇게 여유롭게 농담을 던지지만, 혼자서 외롭고 힘든시간을 보내셨다 생각하니 마음이 메입니다. 제가 형님에게 문자를 보낸적이 있어요. 길지 않은 문자였는데 ‘형님 오랜만입니다. 전 형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마지막으로 형님께 한 말씀 드리고 인사드리겠습니다. 형님 저 중훈이에요. 듣고 계시죠? 이제 겨울에 뜨거운 굴국밥 누구랑 먹습니까? 형님 그리워요. 더 절망스러운건 이 그리움이 점점 더 커질것같아요. 형님 이러시면 안돼죠.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이자리 모든 사람과 함께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 김승하 KTX승무원 해고자 추도사

안녕하십니까 KTX 해고승무원 김승하입니다.

KTX 승무원이 10여년의 복직투쟁을 마감하고 180여 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오랜 기간 투쟁해 온 KTX 승무원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상시적으로 필요한 안전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공기업의 태도가 12년 동안이나 용인 되어 온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노회찬 의원님이 전하시려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이 말씀을 육성으로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KTX 승무원의 해고 투쟁, 4526일, 그 시작과 끝에 함께 해주신 저희들에겐 항상 따뜻한 삼촌 같으셨던 분, 노회찬 의원님은 늘 소수 약자를 위해 싸우셨습니다. 노회찬 의원님은 강자와의 싸움에 망설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가운데 유머와 품위도 잃지 않으셨습니다.

님은 우리를 지키려고 평생 살아오셨으나, 우리는 님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이제 의원님이 남기신 뜻, 세상의 모든 약자들이 모여 펼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

항상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모습 기억하고, 그 뜻 이어가겠습니다.

대신 그곳에서도 우리를 지켜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랑하는 당원여러분, 그리고 노회찬 원내대표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함께 해주신 시민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장례식은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조문객을 맞으면 그들의 신발을 내내 보게 됩니다. 잘 닦여진 구두도 있지만, 낡고 닳은 작업화에, 어떤 이는 절을 할 때 뒤꿈치가 헤어진 양말을 신었습니다. 살아생전 구두 한 켤레로 사시사철을 지내며 낡고 닳은 구두를 신고 다닌 대표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분들이 그저께 멋지고 세련된 구두 한 켤레를 대표님 영전에 놓고 갔습니다. 대표님이 신으시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살아계실 때 저런 구두 한 켤레 못 사드린 게 내내 억이 막혀옵니다.

남녀노소, 직업을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이 와 주셨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삼성반도체 반올림 가족들이 찾아오셔서 위로해 주셨습니다. 정부 관계자와 사법부 여러분, 그리고 많은 정치인들께서도 다른 시민들과 똑같이 순서를 기다려 고인의 가는 길을 배웅해 주셨습니다. 이 모든 분들께 상임 장례위원장으로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느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보낸 조화도 있고, 기업인도 있고, 청소부도 있고, 장애인도 있고, 노인도 있고, 어린아이도 있고...이런 장례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장례식장의 모습은 노회찬 원내대표가 평생 꿈꾸던 세상과 닮아있습니다.

노회찬은, 박정희 군부 독재에 맞서 휴학을 주도했던 고교생에서, 노동자 해방 세상을 위해 인천으로 향했던 용접공, 그리고 한국 진보정치의 상징이 되기까지, 누구나 존엄한 평등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그는 언제나 일하는 사람과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우리 사회 약자들의 길벗이었습니다. 격한 정치 현장에서도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탁월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정견이 다른 이들조차 그의 말이라면 경청했습니다.

이런 노회찬을 보고, 많은 분들이 진보정치의 아이콘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노회찬은 홀로 빛나는 별이 되고자 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지켜야할 고단하고 약한 사람들의 곁에 늘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노회찬은 정치인으로서 사수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으로 저에게 선출직 출마를 권유했고, 진보정치의 매순간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고난도 즐거움도 함께 했습니다. 제가 2년 전 국회의원 당선이 되었을 때 노회찬 원내대표가 전화를 걸어 저에게 했던 첫 마디가 “한번만 하기 없기 입니다”였습니다. 노회찬 심상정 말고도 지역구 돌파에 성공할 수 있는 의원이 정의당에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바람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에게 그 바람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근 한 방송사가 공개한 미공개 영상에서도, 노회찬은 “10년 안에 정의당 출신 대통령이 반드시 나온다”고 확신해서 말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사랑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확신입니다. 그에게 정의당은 영혼이었고, 생을 다해서라도 지켜야만 하는 존재였습니다. 결국 그는 정의당을 위해 자신을 바쳤습니다. 노회찬, 심상정 두 존경하는 선배와 함께 우리 당을 미생 정당에서 완생 정당으로 발전시키고, 집권정당의 초석을 쌓겠다고 했던 제 다짐도 이제 지킬 수 없게 됐습니다. 안타깝고 원통합니다.

그러나 저는 노회찬의 꿈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노회찬 없는 정의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누가 노회찬을 대신할 것인지 묻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 누구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 없으므로, 정의당 모두가 노회찬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두배 세배 분발하고, 더 단단해 지고 굳세져야 합니다. 노회찬이 그랬던 것처럼 거대 재벌 권력에 맞서는 ‘기백’을 잃지 말고, 일하는 사람들과 약자들의 이익을 수호하는 ‘투혼’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인간성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웃음’이 돼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찾아주신 국민들께 보답하는 길입니다.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오셔서, 용기를 가져달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해 주신 여러분 앞에서 더 이상 슬퍼해서는 안됩니다. 정의당은 수천 수만의 노회찬으로 부활하여 반드시 한국 정치를 바꿀 것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앞으로 ‘노회찬이 없는 국회’는 어떻게 될지도 걱정하십니다. 장례식장에 오신 분들이 빠짐없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아깝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저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이제 더 이상 유권자가 자신의 선택에 미안해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노회찬의 뜻을 지지하면서도 노회찬을 찍을 수 없게 만드는 낡은 정치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노회찬 없는 국회’를 계속 견뎌야만 합니다. 죄 없는 시민들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도록, 노회찬이 헌신했던 약자와 일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젠 정치 제도 개혁에 함께 해 주십시오. 그럴 때 노회찬은 분명히 우리 정치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대표님, 대표님. 오늘 한잔해요’, 그러면 ‘아, 좋지, 내가 근처 동네에 진짜 맛있는 집 알고 있는데 거기 예약해둘게요’, 그렇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날이 제게 사라졌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자신은 양복 한 벌을 10년 넘게 입으면서도, 동지들에게 무한히 넓은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당신이 없는 세상이 너무도 황량하게 느껴집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사랑하는 노회찬이여. 이제 영면하소서. 사랑하는 당신의 평생 동지 김지선 옆에는 이제 정의당이 굳건히 있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모두는 당신이 가르치고 보여준 대로 정의롭고 평등한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


■ 심상정 의원

모두 바쁘실 텐데, 이렇게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우리 대표님과 함께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대표님께서 너무 갑자기 떠나셔서 가시는 길이 무척 외로우실까봐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국에서 정말 많은 시민들께서 애도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우리 대표님께서 가시는 길이 덜 외로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파하실 때 우리 대표님이 계셨으면 유머 한마디로 위로해주셨을 텐데, 제가 그런 재주가 없네요.

여러분께서 많이 사랑하셨던 정말 멋진 우리의 정치 지도자 노회찬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시대의 부름에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셨고, 또 고되고, 고된 진보정치의 길을 앞장서서 헤쳐오신 분입니다.

저희는 늘 대화를 침묵으로 했습니다. 침묵이 믿음이고, 위로고, 이심전심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침묵하면서 기도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번뇌의 나날로 날밤을 보냈을 대표님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우리 지선 언니도 엊그제, 저한테 투정을 했습니다. 그이는 당이 99퍼센트고, 여러분이 99퍼센트고 나는 1퍼센트도 아니라고.

그렇게 돌이켜보니까 우리 대표님 만난 지가 3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대표님 용접공 하고 저는 구로동에서 미싱사하고 그렇게 알게 되어서 그 후 민주노동당부터 정의당까지 그 진보정치의 험한 노선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욕도 함께 먹고 칭찬도 함께 받고, 함께 좌절하고, 함께 일어섰습니다.

우리 대표님이 “나는 멈추지만, 당은 앞으로 나아가라” 말씀하셨지만, 저는 노회찬 없는 정치를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노회찬의 꿈이 제 꿈이고, 우리 정의당의 꿈이고,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라고 저는 믿습니다.

끝까지 우리 대표님하고 함께 가겠습니다. 우리 대표님이 이루고자 했던 꿈. 여러분과 제가 꼭 이루겠습니다. 품격 있고 아름다운 정당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큰 사랑 받겠습니다.

여러분들, 우리 대표님 기억해주시고 사랑해주십시오.

다시 한 번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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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편지>


추도사가 아니고 노회찬 대표님께 짧막한 편지를 하나 써왔습니다. 써온대로 해보겠습니다.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우리에게 다음 생애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애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더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 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은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잘가요 회찬이형.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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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노회찬 의원의 ‘2012년 진보정의당 당 대표 수락연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내일 아침에도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 경에 출발하는 그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만에 신도림과 구로 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분이 어쩌다가 결근을 하면 누가 어디서 안 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흘러서, 아침 출근시간이 되고, 낮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퇴근길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새벽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서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그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물 세 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산에서,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간 그 다섯 분도 역시 마찬가지 투명인간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들은 아홉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 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습니까.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그 누구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이 진보정당,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었습니까?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중 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여러분.

진보정당의 공동 대표로, 이 부족한 사람을 선출해주신 것에 대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수락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보정의당이 존재하는 그 시각까지, 그리고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안,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심상정 후보를 앞장세워 진보적 정권 교체에 성공하고,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모든 투명인간들의 당으로 이 진보정의당을 거듭 세우는데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넣겠습니다.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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