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5 목양칼럼
한 해병이 있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이 병사는 언제나 작전에서 목숨을 걸었다. 그는 다른 병사들이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면 화가 났다. 나약한 모습이야말로 수치라고 생각했고, 어떤 경우에도 떨지 않는 자신에 대하여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던 그가 한 전투 지역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소에 극히 존경하던 전쟁영웅을 만나게 되었다. 해병은 자신의 새로운 상관에 대하여 무한한 존경심과 신뢰를 느꼈다.
얼마 후, 전투가 벌어졌다. 해병은 더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진했다. 자기의 영웅 앞에서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그를 아주 흥분시켰다.전투가 끝나고 밤이 되었을 때에, 보초를 서고 있는 이 병사 옆으로 영웅이 다가왔다.
“자네는 용감하더군. 죽음이 무섭지 않는가?”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라도 명령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훌륭하군. 나는 아직도 두려운데…”
순간 병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기의 영웅이 이런 나약한 소리를 입에 담다니… 하지만 그의 영웅은 미소 지으며 계속 말을 했다.
“이봐, 전투에서의 두려움은 그렇게 나쁘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네. 나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렀지. 그럼에도 내가 아직까지 살아남아 전우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은, 두려움을 몰랐었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네. 우리는 죽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이네. 난 자네가 좀 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행동했으면 하네. 꼭 죽어야 한다면 정말 중요한 일을 위해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병사는 홀로 남아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는 진정한 용기가 적진을 향한 ‘전진’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약한 병사들을 조롱하던 자신의 어리석음도 후회했다.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흥분된 감정이 아니라, 침착함과 인내심, 그리고 전우들을 믿고 자기를 희생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기의 생명과 전우들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히려 적에게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하나님께서는 불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들도 우리에게 유익하다. 그런 감정들은 우리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사인(sign)이거나, 경고(siren)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감정들에 대하여 좀 더 신중을 기한다면,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요즘 느낌이 좋지 않은가? 그렇다면 신중하라. 그 느낌 안에 숨겨진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라. 경솔함을 용기라고 착각하지 말라. 꼭 죽어야 한다면 죽을 만한 일을 골라서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