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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6 목양칼럼


누에는 누에나방의 애벌레이다. 이 곤충은 보통 알, 유충(애벌레), 번데기, 성충(나방)의 4단계를 겪는데, 그 중에서 유충의 시기를 ‘누에’라 한다. 사실, 누에는 뽕잎이 아니라 다른 식물의 잎도 먹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는 완전한 생장을 못한다. 그러니까 뽕잎을 먹는 것은 누에에게 있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1643~1715)은 그의 저서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누에에 대하여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준다.

“누에는 통곡하는 소리, 부르짖거나 성내는 소리, 욕지거리, 음담패설을 싫어하고, 불결한 사람이 곁에 오는 것을 싫어하며, 부엌에서 칼 쓰는 소리를 싫어하고, 대문이나 창문 두드리는 소리 또한 싫어한다. 또한, 연기도 싫어하고 생선이나 고기 굽는 냄새도 싫어하며 비린내, 누린내에 사향냄새까지도 싫어한다.”

가히 누에의 결벽(潔癖)은 사람보다 심하고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이 곤충을 예부터 천충(天蟲)이라 불렀고, 양잠(養蠶)을 하는 가정은 청결과 정화(淨化)를 중시했다.

지금에도 다르지 않다. 조금이라도 누에가 먹는 뽕잎에 농약이 묻어 있으면, 누에는 즉시로 토액을 내뿜고 몸이 오그라들어 죽는다. 그 예민함이 동물보다 앞서서, 요즘은 식품이나 약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에도 누에가 널리 사용된다고 한다.


이에 관계된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목사는 누에다. 

목사는 하나님 말씀 이외의 것을 먹을 수는 있지만, 그러면 생장이 어그러져서 온전히 이루지 못한다. 목사는 상서로운 것을 지극히 싫어해야 하며, 그것으로부터 구별되어 살아야 한다. 목사가 세속적으로 오염된 것을 먹고도 토하고 죽지 않으면 진짜 목사 일리 없다. 목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오염되었고,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안전핀이 되어야 하며, 그것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마땅히 지금의 시대를 보면, 목사가 제일 많이 죽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실상은, 목사가 뽕잎을 안 먹고 세속에 찌든 먼지와 부패한 고기를 먹어서 이상한 괴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교단의 총회장이 동료 목사들과 함께 단란주점을 출입했다 하고, 어느 큰 교회의 목사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하여 남의 글을 도둑질 했다고 한다. 교회 안에서 성추행의 범죄가 들통 났는데도 해당 목사는 거액의 헌금을 받아 교회를 나가서 버젓이 새교회를 개척했다. 

이게 목사인가? 이게 목사가 감히 할 짓인가?

그들은 사회적으로 여전히 유력(有力)하지만, 그러나 단언하건대 그들이 여전히 말씀의 실크를 뽑을 리는 없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며 가슴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정말 사람의 하는 짓이 한 마리 벌레만도 못하다. 누에도 자기 먹을 잎과 먹지 말아야 할 경계를 알고, 하나님이 부여하신 사명을 이루는데, 사람이 어찌 이리도 우매하고 어리석다는 말인가!

오늘은 목사로서, 사람으로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나를 위해 기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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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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