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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혼자말/靑情 / 2013. 4. 14. 01:02



<가로등>



여기가 네 자리다

세우신 곳에서

춥고 외롭고 떨리는 밤을

무수히 맞았어도

어둠은 아직 그대로

바람은 내 곁을 휘돌아만 갑니다


멀리 보이는 광장에는

무수한 빛이 마주 서 도열하고

외롭지도 춥지도 

않을 것만 같은데

나는 왜 이런 곳에 세우사

이렇게 청승맞게 하셨습니까


내 곁에도 사람들을

떠들고 뛰어 놀 아이들을

무수한 그림자를

푸른 잎사귀의 가로수를

허락해 주옵소서

목 놓아 울며 원했던 것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새벽이 찬란하게 밝아오면

내 초라한 몸둥이는

오히려 긴 그림자를 흔들며

꺼져 갑니다 

나를 세우신 자리에서

내게 부탁하신 인내를 배우고

당신 때문이라고

내가 살아 빛났던 순간이

기둥 같은 당신 때문이라고

마지막 말을 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광장보다는 어두운 이곳에

당신이 염려하고 

안스럽게 사랑하는 이들이

몇몇 있다는 것을

그들을 위해 나를 세우신

그 가슴 뻐근한 사랑을

이제는 같이 앓고 있습니다

하여, 원망은 없습니다


남겨진 소원이 있습니다

그 찬란한 새벽을 기다리며

내 불안한 빛을 꺼뜨리지 않는 일

다시는 부러워하지도

내 어둠에 갇혀 절망하지도

않는 일

당신이 붙여주신 이름답게

빛다운 빛으로

살아남아서 내 섬기는 그들의

앞길을 어둠 없이 밝히는 일

그것만이 이 밤에도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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