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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8


올해는 아무래도 눈을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눈길에 목숨을 걸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새벽예배를 가기 위하여 집을 나서면 밤사이 내린 눈이 온통 얼어서 길이 스케이트장처럼 됐었거든요. 보통의 출근길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눈 왔다고 새벽예배를 포기할 수는 없고, 그래서 엉금엉금 기어서 교회로 가던 길이 생각이 납니다.

집을 나서면 몰아치는 찬바람에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눈길에서는 가끔 넘어지는 것도 꽤 재미가 있지요. 밤사이 차가 얼어서 핸들을 잡으면 손이 시려와 입김을 불어가며 운전을 하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이 모든 것이 힘든 일상이었지만, 이제 일본에 와서 되돌아보니 모두가 소중한 추억처럼 느껴집니다. 폭설, 칼날 같은 바람, 빙판길, 눈싸움, 겨울산행... 이런 것들이 말입니다.

저는 아들을 보면서 혼자 웃을 때가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너무도 빨리 자라버린 아이들이 야속하기까지 하거든요. 밤새워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병에 우유를 먹이던 그 때는 밤잠을 설치게 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힘겨웠는데, 이제는 간혹 너무 징그럽게(?) 커버린 아들들을 보면서 예전의 그 아담하던 때를 그리워할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인생은 전체가 소중한 것입니다. 현재의 모든 것들, 심지어 내가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그 모든 것까지 사실은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의 바탕 위에 있는 것임을 가만히 묵상해 보십시오.

고통이 없는 날만이 축복이 아닙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 고통 속에서도 살아갈 희망, 고통 중의 위로가 소중하다면, 그 모든 것을 돋보이게 하는 고통 또한 소중한 은혜의 방편은 아닐까요?

언젠가는 지금 이 시절을 그리워하겠지요. 한 달 한 달을 간신히 버티던 지금, 한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은혜만을 붙들고 용감하게 한 걸음씩 전진하던 날을 언젠가는 분명히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손자들을 향하여 내가 했던 고생을 말해 주겠지요. 대부분의 할아버지처럼, 내가 했던 고생을 곱씹고 또 곱씹어 아이에게 들려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한숨이 아니라, 그 모진 세월을 뚫고 살아남았다는 뿌듯함으로 아이에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세상에 엄청난 발자국을 찍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요. 하지만 저는 사는 것이 모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화목 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직장에서 버티는 것, 교회를 섬기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 아닙니까?

생명을 즐기십시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날들을 기쁨과 감동으로 채우도록 합시다. 향락이 아니라 소중한 일상에서 즐깁시다. 세금도 없는 말 한 마디로 격려하고, 눈길 한 번에도 웃음을 싣고, 내게 주어진 환경이 결국은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삽시다.

우리는 잘 될 수밖에 없는 크리스찬이 아닙니까? 우리는 잘 될 수밖에 없는 동경드림교회가 아닙니까? 믿으십니까? ^^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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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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