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22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습니다
2007-07-22
나이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중고차를 받았습니다. 매우 낡은 차라서 구입한 값보다 이후로 수리비가 더 들어갔지만 지금도 그 차를 잊을 수 없습니다.
현대 ‘프레스토’라는 차종이었는데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 바람만 나오던 차였습니다. 여름이면 차안이 그야말로 찜통이 되어서 4개의 문을 다 열고 10분은 기다려야 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히터 성능은 그만이라서 겨울이면 반팔 셔츠를 입고 운전을 하곤 했습니다. (미련하지요, 히터를 좀 줄이면 될 것을... 그 때는 뭔가 자기 멋에 취했나 봅니다. ^^)
그 차 덕분에 일상에 지치거나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밤새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동해로 갈 수 있었습니다. 주로 잘 갔던 곳이 주문진인데, 동해에서 해안이 가장 원만하고 조용한 해수욕장입니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바다를 보며 생각을 하고 자기를 타이르기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는 길에는 설악산이나 오대산에 들려 기암과 계곡과 나무들 속을 하루 종일 걸으며 혼자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아이가 조금 자라면 아빠가 마당의 나무 위에다 오두막을 지어 준다고 합니다. 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시간과 적당한 고독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에서 사는 동안, 외로움은 있지만 오히려 건강한 고독은 부실하다는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고향과 가족을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외로움을 느끼지만, 정작 그 고독이 자기를 잘 정리하고 미래를 다짐하는 건강한 에너지로 승화되지 못하고 그저 우울한 잿빛 하늘처럼 항상 그렇게 사람들을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방세와 미래의 불안은 모두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동경에 왔지만 정작 동경의 실체를 체험도 못하고 그저 집과 학교, 혹은 집과 직장만을 오고가며 수년을 보내는 지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가장 친절하면서도 가장 폐쇄적인 일본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도는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외국인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지치고 힘겨운 일입니다.
여름에 계획들 있으십니까? 여러분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합니다. 일상에서 잠시 발을 빼고 혼자일 수 있는 곳을 찾으십시오. 미술관이든, 공원이든, 가까운 지방이라도 좋습니다.
가며 오며 머리를 좀 비우고, 대신에 새로운 생각과 신앙으로 자기를 채워보도록 하십시오. 늘 하던 생각, 늘 하던 고민의 식상함에서 벗어나 무언가 자기를 가슴 떨리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보십시오.
쉼은 필요하며 중요한 것입니다. 가끔 멈추지 않으면 멀리 갈 수 없는 법입니다. 사랑하는 지체들이 교회를 통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자기를 완성해 가기를 바랍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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