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4 열 명이면 충분하다
2008-02-24
49년간 쿠바를 통치했던 피델 카스트로가 권좌에서 사임했다. 그가 남미의 혁명 영웅,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의 혁명을 주도한 것이 1959년의 일이니까, 참으로 오랜 세월을 권좌에서 보낸 셈이다. 그의 나이가 이미 81세이고, 작년에도 지병으로 인하여 1년6개월이나 공무를 보지 못하였으니, 그의 퇴진은 자발적이기 보다는 세월을 이기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82명의 게릴라와 함께 쿠바의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에 대항하여 혁명을 일으켰고 마침내 쿠바혁명에 성공하여 남미에 공산주의의 교두보를 만들었다.
미국은 지난 50년간 턱밑의 공산국가 쿠바로 인하여 속을 끓였지만, 카스트로는 중국과 소련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강대국의 긴장 속에서 50년을 독자적인 정치노선으로 버텨온 셈이다.
1959년 1월, 카스트로는 혁명의 마무리 중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82명과 혁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혁명을 한다면 절대적 신념을 가진 열 명과 하겠다. 신념과 계획만 있으면 사람이 적어도 상관없다."
공산주의자에게 절대적 신념이란, 민중의 해방을 위하여 굶주림과 추위, 죽음을 각오하는 것이 되겠지만, 나는 그의 이 말이 우리의 신앙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열 명만 모인다면, 지금도 영적인 혁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목사인 내게 교인이 적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사실 교인이 적은 교회는 교인들의 부담도 많고, 목회자의 제약도 많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것을 두고 기도하지 않았고, 그것으로 고민하지도 않았다.
내게 소원이 있다면, 나를 포함하여 이미 한 식구가 된 지금의 교우들이 진정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겉모양뿐 아니라 내면까지 속속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릴 만큼 각오 든든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지는 것을 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하나님 나라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이다. 아무리 큰 교회라 하더라도 그 교회를 지키고 책임지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라고 생각한다. 카스트로에게 혁명의 동지들이 있어 지금까지 쿠바를 지켜왔던 것처럼, 교회의 정체성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회자와 뜻을 같이하여 주님께 충성할 신념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사람 열 명만 있으면 동경이 아니라, 아랍의 사막에도 주님의 교회를 세울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목사가 된 이후, 가장 절절하게 기도하는 간구 중의 하나는 바로 ‘동역자’를 바르게 세워달라는 것이다.
동경에서 보낸 지난 2년의 세월 동안에, 하나님은 조금씩 내 기도에 응답을 주시고 있다. 먹고 떠들기만 좋아하는 것 같은 지체들이 섬김의 자리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일하는 것을 보는 목사의 마음은 뿌듯하다 못해 감격적이다. 물론 섬김을 받는 사람도 좋겠지만, 사실 섬김은 그 수혜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신앙의 표현이며, 주님을 향한 헌신이다. 때문에 섬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지고 있다는 표지라고 나는 믿는다.
주님께서 우리 동경드림교회를 통하여 나중에는 어떤 일을 하실까?
사랑하는 교우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기도하는 목사의 마음은 소망으로 가득 찬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장차 큰일을 낼 것이다. 이 동경에서 영적인 혁명을 만들어낼 것이다. 정말 교회다운 교회 세워서, 주님의 기쁨이 되고, 사람들의 소망이 될 것이다.
그 날을 향해 가는 길이기에 지금이라도 결코 나쁘지 않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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