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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9


재일 축구선수 정대세(鄭大世·가와사키 프론타레). 

아이치(愛知)현 출신의 재일동포 3세인 그는 올해에 들어 유명해졌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동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북한대표로 출전하여 일본전과 한국전에서 연이어 꼴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의 플레이는 저돌적인 힘과 지능이 함께 조화를 이루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축구 선수로서의 능력만큼이나 흥미롭고 놀라운 것은, 그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스물 네 살의 젊은이면서도 ‘조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현재 ‘북조선’의 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정대세는 일본 내에서 한국국적을 가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조국을 북조선으로 선택하여 ‘북조선’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 현실이 재일한국인의 근대사를 함축하는 예가 아닐까 한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분단의 상황이 낯설었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달려 2시간 안쪽이면 통일전망대에 올라 북한땅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시야일 뿐 모든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아니, 접촉뿐 아니라 북한을 생각하는 것조차 몹시 경직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 땅은 동토의 땅이요, 나와는 상관없는 피안의 저편이었다.

그러나 일본에 와서 사는 동안 그 땅이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일본에 수많은 민족학교들이 있어 아이들을 한글과 한국말로 가르쳐 키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들 중에 정대세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토록 두려웠던 ‘조총련’이라는 말이 그렇게 험한 이미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치나 이념과 같은 것은 일본에 끌려와 정착해야 했던 민초(民草)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버거운 현대사의 현실을 넘어 지금도 낯선 이 일본 땅에서 어떻게 자기를 지키고 자식들을 키울 것인가가 중요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기 위하여 그런 재일동포들의 고민을 외면했다. 그 무책임 속에서 차별과 학대를 참고 견디면서 민족교육을 지켜온 결과가 바로 ‘정대세’라는 젊은이로 열매 맺은 것이다.

그가 북조선을 ‘조국’이라 칭하고 대한민국을 ‘역시 조국’이라 칭하며 일본으로의 귀화를 당당하게 거부하는 것을 보면서, 애국가의 가사 한 줄이 생각났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세!”


조국의 교회는 아픔을 품고 있다. 나는 그 아픔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허락하신 조국교회의 가시라고 생각한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 한반도의 반쪽에는 골목마다 십자가가 세워졌지만, 그러나 나머지 반쪽에는 신앙의 씨가 마르고 성도들의 피가 골짜기마다 진달래처럼 흐드러졌다. 하나님은 그 반쪽의 가시를 통해 조국의 교회를 겸손하게 하신다. 더욱 절박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갈망하고 마음으로 연단되게 하신다.

그래서 나는 이 일본에서의 선교가 21세기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정대세 같은 젊은이들을 복음으로 변화시켜 조국을 하나 되게 하고, 닫힌 북한의 문을 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품었다. 이제는 길을 찾을 차례이다. 아마도 일본에서 목회하는 동안 계속해서 이것이 내 사역의 화두(話頭)가 될 것 같다.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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