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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7 선과 악의 중간은 없다


선과 악에서 중간은 없다. 사람들은 회색지대를 상상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희다고 할 수도 있고, 검다고도 할 수 있는 회색은 때때로 합의와 균형을 상징하는 ‘중용’의 의미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있어, 회색은 상상이요, 현실 회피일 뿐이다.

우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자가 함정에 빠져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보고 불쌍히 여겨 구원해 주었다. 그러자 사자는 즉시 나그네를 잡아 먹었다.

선이 힘을 가지고 주도권을 행사하는 동안에 악은 함정 속의 사자처럼 눈물을 흘리고 감성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 외양에 속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당장의 형편이 변하면, 사자는 사자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이나, 명예, 혹은 정의감 같은 것이 원래부터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처음에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가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현실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길은, 순진하게 회색을 상상하고 지금쯤은 사자도 식인의 습성을 버렸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을 하기 보다는, 사자를 함정 속에 둔 채 사육하는 것이다.

문명의 사회 초기에 야생의 맹수는 무조건 제거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문명의 사회가 맹수들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들 또한 이 세상의 한 구성원이요, 그들의 존재를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치도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악이든, 악한 사람이든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시는 때에는 완전한 심판이 이루어지겠지만, 그 과정 속의 우리는 결국 악과 불편한 동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명적 지혜를 배울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악을 통제권 안에 두는 것이다. 악이 선을 잡아먹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생존은 보장하되 악의 자유는 간섭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법과 원칙의 의미이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을 통제하기 위하여, 국가와 사회는 ‘법치(法治)’라는 기초를 쌓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후진적인 사회일수록 원칙은 호도된다. 법은 시민의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재자의 권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사람들은 법에 의하여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신음하게 되는 역리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교회가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결국 만민에게 구원의 소식을 외치라는 성경적 가르침을 실행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편도, 저편도 들어와 하나님의 뜻을 고민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정치적 사명도 있다. 그것은 선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키우고 후원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정의를 실현하고 올곧은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평생 든든한 배경과 동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 선이 악을 압도하는 사회를 실현하고, 그러한 사회적 질서를 지켜가는 것이다.

기도하라. 그리고 일어나 최선을 다하라. 그래서 이 세상의 선봉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라. 믿음이 삶이 되게 하라. 악한 사람들의 긍휼을 바라기보다, 악한 사람들에게조차 긍휼을 베푸는 위치가 되도록 분투하라.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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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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