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풍>
오랜만에 따뜻한 바람이
들판을 어루만지던 날에
동무의 등을 따라서
꽃들이 피어나는 길을 따라서
행복은 간다
햇살은 흐른다
땅은 초록색 피를 가졌구나
하늘은 어디에
그토록 파아란 물감을
숨겨놓고 있었을까
하루에도 거듭하여
덧칠하는 그 짙어짐에 질려
사람은 웃는다
아이들은 달린다
언젠가는 지금이
그리울 것을 알기에
잠시 힘들었어도
너무 한탄하지는 말기로 하자
먼지 피우는 길을 걸으며
지나가는 것일 뿐이니
이 길 끝에서 만날 생명은
또 얼마나 경이로울까
저기 보이는 언덕에서
봄이 뒤척인다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