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3 자식에게 지는 기쁨
2007-05-13
큰 아들 준혁이가 드디어 엄마보다 키가 컸습니다. 작년 겨울방학까지만 해도 엄마와 팔씨름을 하면 엄마가 이겼는데, 얼마 전부터는 막상막하(莫上莫下)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둘이 팔씨름이 붙었습니다.
지는 사람은 서로 1시간 동안 부하가 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엄마는 별로 좋을 것 없는 이 경기를 피하려고 했지만 옆에서 아빠가 부추기는 바람에 어떻게 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면 거의 압도적으로 준혁이가 이겼습니다. 서로 손을 맞잡을 때부터 이제는 준혁이의 손이 더 컸고, 힘을 주는 방법도 남자다와 엄마는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준혁이는 기세 등등! 엄마는 뭔가 좋으면서도 섭섭한 표정...
그 때 엄마가 준혁이게 한 마디 했습니다.
“대장님, 그 좋은 힘으로 나가서 설거지나 하시죠?”
비록 한 판의 팔씨름으로 대장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찬혁이와 아빠는 배꼽을 잡았고, 준혁이는 “뭐야, 이게! 대장이 되도 하나도 좋은 거가 없잖아...”하며 같이 웃었습니다.
그러더니 반격을 했습니다.
“나보다 키도 작은 게... 나보다 힘도 없는 게...”
물론 엄마를 깔보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엄마의 표정은 싱글벙글하기만 합니다. 전혀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고 말입니다.
준혁이는 아직 모를 것입니다. 자기보다 커지고 힘세진 아들을 보는 부모의 심정을 말입니다. 섭섭한 마음보다 기쁨이 크다는 것을, 그렇게 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모든 것을 다 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준혁이가 태어났을 때, 아내는 젖이 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먹성이 좋았던 준혁이는 유난히도 엄마의 젖을 빨았습니다. 부족한 젖을 빨다보니 젖꼭지가 갈라지고 피가 났습니다. 아내는 약도 바르지 못할 정도로 아파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가 젖을 찾으면 그 입에 젖을 물리고 자기는 울었습니다. 그렇게 준혁이가 컸습니다.
그런 준혁이가 이제는 의젓한 청소년이 되어가니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아이에게 지는 것이 왜 기분 나쁜 일이 되겠습니까?
아마도 준혁이가 고등학생 즈음이 되면 팔씨름으로 아빠도 이기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더 일찍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아빠에게 준혁이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소중한 사랑의 대상입니다. 아무리 아빠보다 커져도 아빠가 안아주고, 돌봐주고, 사랑하고 싶은 ‘아들’입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십시오. 그리고 주 안에서 부모를 향하여 최선을 다해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옳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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