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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로 가지 마라!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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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9


최근 들어 두통에 자주 시달린다. 

바울에게도 육체의 가시가 있었고,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체질적으로 허약하여 스무 가지가 넘는 고질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나님의 은혜가 지식이나 혈통뿐 아니라 육체의 강건함과도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하겠다.

사실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몸은 영혼의 그릇인지라 몸의 상태가 나쁘면 기분도 가라앉고, 영적으로도 침체의 늪에 빠지기 쉽다.  

갈멜산에서 그토록 용감했던 엘리야가 곧 이세벨 왕비의 수배를 피해 로뎀나무 그늘로 피했을 때에 한없이 우울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상황도 나빴지만,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엘리야의 피곤함이었다. 주님은 그것을 이해하셨고, 그래서 천사를 보내어 먹이고 마시우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지친 엘리야가 다시 일어나 하나님의 사역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하나님의 편에서 보면, 바울이나 루터의 질병을 고쳐주시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 육신의 약함을 그대로 포용하셨다. 그 모습 그대로 쓰시기를 원하신 것이다. 바울은 이러한 하나님의 선택을 자신이 ‘자고(自高)’할까 경계하신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고(自高)’라는 마음의 병을 경계하기 위하여 육신의 병을 사용하셨다는 바울의 해석은 하나님의 경륜과 은혜 속에서 우리의 모든 것에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하나님이 바울을 위해 육체의 가시를 허락하셨다면,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가난, 실패, 고통 또한 그분의 자비하신 은혜의 선택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지체들의 피곤한 모습은 목회자로서 연민을 느끼게 한다. 그들이 이제는 좀 걱정을 벗어나 편하고 쉬운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목사로서의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주님의 생각은 다르고, 나보다 그분이 더 옳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때문에 편한 길을 달라는 기도 보다는 모든 것을 잘 이겨내는 지혜와 힘을 달라는 것이 요즈음 나의 기도이다. 

이제는 교회가 많이 편안해졌지만, 아주 느슨한 것도 사실이다. 내년에는 뭔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야 하겠는데, 그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람도, 재화도, 의욕도 빈약한 현실이 목사로서의 내 고민이다. 과연 어디서부터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아마도 그래서 두통이 일주일 내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가보다. 

한참을 싫어하다 생각하니 이 두통도 역시 주님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걱정할 시간에 기도하라는 설교를 했지만, 주님을 신뢰하고 믿음에 주목하라고 충고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정신적 피곤에 지치고 근심에 함몰된 것을 깨닫게 하시는 그분의 음성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동경드림교회는 목사의 교회가 아니라 주님의 교회가 아닌가! 

내 것이 아니라면 내가 근심할 필요도 없다. 내려놓고 기도하고 좇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내가 머리도 아니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두통이 왔나보다. 심히 회개할 일이다... 샬롬~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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