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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6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3차 오일쇼크라고 할 만큼 국제적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겪는 이때에 ‘촛불정국’은 그야말로 여러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와 정치는 되도록 거리를 두어야 하고, 목사는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정치적 논쟁으로 복음의 길을 막는 것은 우매한 행위이다. 자기 생각은 안으로 갈무리 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서로 관용하는 것이 신앙의 미덕(美德)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오랜 만에 종교가 종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도 목도한다. 

지난 주말에는 시위의 과격화와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서울 거리 곳곳에서 유혈이 낭자했다. 무고한 시민들이 피를 흘렸고, 전투경찰이라 불리는 젊은이들이 그야말로 시민을 상대로 전투를 치렀다. 관료들은 더욱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고, 경찰총장은 국민을 협박했다. 국민의 이성에 호소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두려움을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 것이다. 양측은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교만을 꾸짖음’이라는 성명과 함께 천주교 사제단이 광장으로 나왔다. 그들의 침묵과 행진은 일시에 시민들의 불안에서 비롯된 폭력성을 잠재우고 빨강색으로 덧칠되고 방향을 잃어가던 촛불을 위기에서 살려냈다. 다음으로 기독교 목사들이 설교할 때 입는 가운을 입고 7월의 거리로 나섰고, 다시 수천의 스님들이 ‘국민이 곧 부처님이다’라고 외치며 법회를 열었다.

나는 종교간의 대화나 타협에 관심이 없다. 나는 내가 만난 복음의 진리에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천주교 신부를 조롱하거나, 불교의 스님을 비하할 생각도 없다. 다만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한다. 서로 타협하거나 일치하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요, 독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를 떠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삶의 고뇌를 얘기하고, 현실에 대하여 의논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대한민국의 시청 앞 광장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존엄한 인간의 가치를 믿고, 그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시대적 현실에 맞서 빛으로 일어났다. 불안한 눈빛으로 제3공화국을, 5공화국을 회상하던 시민들에게 절대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대한민국의 사제들이, 목사들이, 스님들이 지켜준 것이다.

누가 더 교세가 크고 일반의 호응을 많이 얻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천주와 부처에 대하여 이해가 일천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예수라면, 오늘 대한민국과 같은 상황에서 결코 유리하는 백성을 외면만 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분은 소를 수입하고, 수입하지 않고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는 초연하셨다. 하지만 한 인간의 존엄이 위기를 겪을 때, 예수님은 누구보다 용감하셨다. 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보여주시기 위하여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그분이기에,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의 존엄이 짓밟히고 조롱당하는 것을 누구보다 참지 못하셨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큰 소용돌이 안에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소용돌이가 그간에 실추되었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교회가 부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레 가져본다. 몇몇 어이없는 방해꾼들이 초를 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조국과 교회의 모습은 나름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샬롬~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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