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2 아름다운 마지막
2009-02-22
이번 주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하셨습니다. 그것이 천주교 용어인지 모르겠지만 말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종, 선한 결말... 마침 내 이름을 뒤집으면 선종이 됩니다. 그래서 나도 '선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69년 4월인가에 아시아 최연소로 추기경에 임명되었더군요. 그 후로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을 겪으며 격정의 근대사를 끌어안아 왔습니다. 그분이 일제 시대에 학도병에 복무했다거나, 혹은 최근의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기독교의 진영은 비판과 비난의 경계가 모호해서 일단은 흠잡고 공격적으로 말하는 것이 정의로움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런 태도가 전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생 시절에 몇 권의 책을 보고, 천주교는 심각한 이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천주교의 교리에 대하여 공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실체와 허상을 구별하는 연륜이 조금은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교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용감하게 한 평생을 살았던 김수환 형제의 삶을 존경합니다. 그분이 마지막까지 스스로를 '혜화동 할아버지'라고 칭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려고 하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려고 했던 것에 감동을 느낍니다.
성경을 보면서 깊이 마음에 새기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교리를 믿어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인정하고 믿을 때에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우리 예수님은 매우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분이십니다. 그분은 누군가의 학벌이나, 파벌, 혹은 종파에 미혹당할 분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 영혼의 실체를 보십니다. 믿음에 대한 말이 아니라, 믿음을 실천하고 살았던 삶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님의 눈을 속일 수 없다면, 우리는 진실로 그러해야만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유언으로 '서로를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교황의 빛나는 금관이 아니라, 바로 이런 마음과 태도로 주님 앞에 살았던 사람들이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추모객들의 발걸음을 뉴스로 보면서, 과연 우리 기독교에서는 누가 사회적으로 이러한 '선한 결말'의 모범을 보일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가난한 자, 쫓기는 자, 억울한 자, 슬픔을 가진 자의 친구가 되어 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복된 인생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에서는 누구도 그런 삶을 바라지 않으며, 부를 가진 자, 권력이 있는 자, 유명한 사람들의 친구인 것을 자랑합니다. 그런 관계 속에서 자기를 과시하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생각하고 기도합니다. 정말 내 인생에 선한 결말이 있기를 원합니다. 단절이 아니라 소통 속에서, 되도록 많은 친구를 얻고, 사람들을 섬기며 살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기를 원합니다.
사람은 살아있을 때에는 권력과 부의 허울을 쓰고 살아도, 떠날 때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게 됩니다. 내가 떠난 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뭐라고 하게 될까요?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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