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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2009-03-22



서울 종로구 적선동 금천교 시장. 지난 20년간 이곳에서 떡볶이로 장사해온 김정연 할머니가 오늘도 가계를 열고 있다. 올해 93세인 할머니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이 시장의 골목에서 아이들과 사람들을 상대로 떡볶이를 판다.

할머니는 원래 개성 분이다. 고향에서는 어려서 손에 물도 묻히지 않고 자랐을 정도로 집이 꽤 유력한 부잣집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중학교까지 교육을 받았고, 결혼을 해서도 남편과 함께 사업을 했다. 그러다가 6.25 동란으로 인해 남편이 실종되고, 할머니는 자식 셋과 함께 살기 위하여 남편을 대신하여 서울의 동대문에 대금을 받으러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자식과 생이별을 하고 혼자 살아가게 되었던 것이 서른 셋이고 이때부터 할머니는 죽을 고생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사람에게 잘해주면 누군가는 내 자식에게 잘해줄 것이라 믿으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가 최근에 2300만원 전재산을 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전세금 800만원과 예금으로 모은 돈 1500만원을 고스란히 '아름다운 유산 남기기' 본부에 기부금으로 위탁한 것이다. 물론 할머니 생전에는 마음대로 사용하실 수 있지만, 돌아가신 후에는 그 돈이 복지재단에 기부된다.

연탄 아궁이에 하루종일 떡볶이를 팔아도 요즘은 사람들이 줄어서 하루 매상이 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면 할머니가 쌀떡과 국산 고추가루를 고집하기에 장사에서 남는 이익은 겨우 2천원 정도이다. 그렇게 어렵게 지난 20년을 벌어서 1500만원을 예금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한 것이다.


가난이라는 것이 현실보다 심정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남편과 자식을, 가족을 모두 잃으면서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새삼 깨달았던 것이다. 동경드림교회의 말로 바꾸면, 사람 귀한 것을 알게 되셨던 것이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힘들다. 섬기는 일은 분명히 섬김을 받는 것보다 힘들고, 고단하다. 폼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섬기는 일을 천대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구질구질한 일을 해야만 하냐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 귀한 것을 깨달았을 때에, 섬긴다는 것은 귀하고 즐거운 일이다. 섬길 수 있는 누군가를 곁에 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주는 귀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타인을 위해서 소중한 나의 인생을 나누어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꿈이 있다. 내 인생의 말년을 소외된 이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음식과 물, 그리고 교육이 부족한 지역의 사람들을 위하여 내 인생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사랑을 베풀며 섬기다가 주님의 품에 가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는 것도 좋지만, 나 자신을 내어주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정말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서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가슴으로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내가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나눌만 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자식에게 물질을 주는 것보다 자부심과 좋은 모범을 주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그렇게 나누고 섬기는 인생을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눔과 섬김은 절대로 돈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 누구와 나누고 있는가? 무엇으로 섬기고 있는가? 지금이 아니라면 영원히 미루기만 하다가 끝이 날 수도 있다. 소중한 기회를 버리지 말고, 정말 진심으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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