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4 한 아이가 태어났다
2011-04-24 부활절 목양칼럼
아이가 태어났다. 머리숱이 많은 여자아이라고 한다.
아빠는 송재영, 엄마는 서주은. 두 분 다 서른이 훨씬 넘어 부모가 되었다.
산통을 하다가 결국에는 수술을 했다고 하지만, 다행이도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하니 감사하기만 하다.
사연 많은 세월이 흘러가는데도,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아이는 해맑게 태어난다.
막달에 들어선 산모가 지진을 피해 12층 아파트에서 계단으로 내려왔을 때, 그리고 동경에서 나고야로 피난하고 다시 흔들리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할 때, 내심 불안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하지만 생명은 현실보다 강했고, 은혜는 고통보다 컸다.
아직도 매일 땅이 흔들린다. 그 후유증은 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세상이 계속 흔들리는 것처럼 불안을 느끼게 한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안심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몇 달 전의 평화와 안도감은 꿈처럼 희미하게 기억된다.
그래도 살 이유가 생겼다. 아직도 연한 초록 같은 내 자식과, 이 모진 세상이라도 희망을 품고 태어나 준 아이를 위해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그들 손에 물려주기 위해서 안간힘이라도 써보아야 한다.
희망은 파도 저편의 등대처럼 반짝거린다. 보일 때도 있고,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음을 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믿음이다. 절망을 무찌르는 칼날 같은 믿음이다.
하나님은 내게 물으신다. 이제 뭘 어떻게 할꺼냐고? 나는 대답한다. 기다리겠다고. 희망을 믿고 나의 인생을 그래도 사랑하겠다고. 아픈 사람을 다독거리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며 아직도 내게 주신 것에 감사하겠다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말씀 드린다.
꿈은 죽었다. 높이 오르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은 이미 사형 당했다. 그러나 꿈이 죽은 자리에 새싹이 다시 돋았다. 지금 내곁의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면 결코 모든 인류를 사랑할 수 없다던 테레사 수녀의 말씀과 같이, 나는 이미 그런 삶에 내 인생을 걸었고, 그 여정에 고생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이해 받기에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아직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한참 내 인생의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벌써부터 내 인생의 결말이 몹시 궁금하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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