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진정 밥의 저력을 아느냐!
밥은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인(動因)이다.
무기가 없으면 막대기를 가지고도 싸울 수 있지만 밥이 없으면 아무리 용맹한 군대라도 싸울 수 없다.
아무리 중대한 일도 밥 먹고 해야 하고, 심지어 대부분의 일들은 밥을 먹기 위해 그것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밥은 중요하다. 중요할뿐 아니라 심각하다.
밥의 문제는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며, 밥이 있고서야 비로소 인간의 만사(萬事)가 세워지는 것이다.
과거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다(農者天下之大本也)'라고 했는데, 이는 결국 밥을 만드는 사람이 천하의 근간이라는 뜻이다.
예수님도 밥에 얽힌 사건이 참 많다.
제일 유명한 오병이어(五餠二魚, 보리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이 군중의 밥을 해결한 사건이고, 또한 제자들이 안식일에 이삭을 훑어 먹어서 생겼던 안식일의 논쟁도 역시 사단(事端)은 밥에서 시작되었다. 심지어 십자가에 달리시기 직전에는 배고픔에 무화과 나무의 가지를 들었다가 열매 없음을 보시고 저주하셨는데, 이는 결국 밥값을 하지 못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경고라고 일차원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초대교회는 밥상 공동체다. 초기에는 성찬과 애찬이 잘 구별되지 못했다. 같이 밥을 먹는 것이 곧 예배의 과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설교보다 식사가 교회의 주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에서 만찬과 성찬을 함께 교훈하고 있는데, 이는 당연하다. 그것이 바로 그 당시 교회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목사가 목회를 잘 하려면, '먹사'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반은 맞는 말이다. 잘 먹을뿐 아니라 제대로 먹어야 하고 또한 잘 소화시켜야 한다. 밥을 다스리고 정복하지 못하면 목회는 버거운 일이 된다.
목사는 자기만 잘 먹을뿐 아니라 공동체를 잘 먹여야 한다. 밥상을 훌륭하게 만드는 능력이 없으면 공동체는 메마르고 와해된다. 그런 의미에서 설교의 가장 큰 후원자는 잘 들어주는 '마리아'도 있지만, 뒤에서 열심히 상을 차려내는 '마르다'도 있는 것이다. 모든 마르다를 꾸짖어 마리아로 만들려고 하는 욕심은 오히려 목회를 저해(沮害)한다.
밥을 무시하고 사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꼭' 금식을 권하고 싶다. 일단 사흘만 굶어보라. 밥에 대한 생각이 기본부터 달라질 것이고, 먹는 일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 세포 하나하나로 깨달을 것이다. 그 절박함과 간절함을 이해하고서만이, 세상에 흔한 밥상 다툼이 보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이해될 것이다.
(마 4:4)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는 이 '밥(=떡=빵)'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더 비중 있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런 삶의 본을 보여 주셨다. 그러니까 신앙을 단순화 시켜서 말해 본다면, 밥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말씀(로고스, 예수 그리스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싸움은 쉽지 않은 싸움이며, 숭고한 싸움이다. 자기 밥을 극복한 사람은 세상을 이길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사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위대한 사람이며 세상이 감당 못할 사람이다.
초대교회의 교우들이 전 재산을 팔아 사도들의 발 앞에 둔 것은, 사이비 집단을 연상시키는 광신(狂信)의 현상이 아니라, 그들이 은혜로 밥을 극복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자기 밥을 위해 살아가는 수준의 인생이 더이상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자유롭고, 얼마나 파격적이었겠는가!
밥을 잘 짓고, 그 밥을 넘어서라. 밥도 못 짓는 사람은 신앙을 이룰 수 없다. 자기 밥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떡(밥)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라는 말은 공허하고 무책임한 괘변이다. 밥이 중한 줄을 알아야, 비로소 그 말씀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다. 그렇게 절실하게 밥을 배운 후에, 그 밥보다 귀한 은혜를, 말씀을 배운다면, 그는 분명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기는 하나님의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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