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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조건

목회/목양칼럼 / 2012. 8. 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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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이다. 아무리 용서를 해주려고 하더라도 그 용서를 받아들이는 이가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용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용서에 앞서 용서를 구하는 사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용서를 해주겠다고 하면 그 자체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기분 나쁜 모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용서 받은 죄인이다. 복음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용서의 소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복음의 난제(難題)가 떠오른다. 자기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나님의 용서를 전할 것인가? 결국 복음의 선결과제는 사람이 스스로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고백하게 하는 일이 된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자기 잘못의 인정을 회피한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원죄의 장면부터, 변명과 핑계는 죄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람은 대개가 남의 잘못은 잘 보지만 자기 자신의 잘못은 맹인(盲人)과 같이 보지 못한다. 남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이성이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겸손한 자성(自省)이 되지 못하는 것은 죄인의 분명한 자기 한계이다. 그리고 이 한계 때문에 위대한 용서의 가능성이 처음부터 거절된다. 도대체 용서를 구할 줄 모르는 죄인이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때때로 사람들은 십자가의 참혹한 장면에서 눈을 돌리며, 왜 하나님께서는 이런 방식으로 ‘용서’를 나타내시는가에 대하여 질문한다. 십자가는 그만큼 불편하다. 거룩하고 따뜻한 하늘의 위로를 기대했건만 참혹한 피로 얼룩진, 처절한 고통의 십자가라니… 이게 과연 전능한 하나님, 무한한 사랑의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해 내미시는 화해의 손길이란 말인가?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용서에 있어 대문과 같다. 그 십자가 위에 내가 달려야 마땅하다는 고백을 하나님께 바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하나님의 용서에 이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고통스러운 영혼의 거울이다.

 

아직도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가?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느껴지는가? 적어도 저 사람보다 내가 낫다고 자신하는가?

십자가를 보라. 예수가 피 흘리는 자리에 그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 고백이 없이 하나님의 용서는 당신과 상관이 없다. 그리고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역시 파렴치한 죄인일 뿐이다. 다른 죄인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자신의 죄는 보지 못하는 우매한 죄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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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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