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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목양칼럼



인생은 사실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거창한 목표를 두고서 노력하는 삶이 아름답지만, 그런 삶의 태도가 가진 함정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삶의 동력(動力)을 얻어내지 못하면, 무슨 거창한 일이든 그리 오래 집중할 수 없다. 설사 오랜 시간을 견디어 내더라도 그런 삶은 행복하지 못하다. 그리고 행복하지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나쁜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인생관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자는 한 문장으로 함축된다.

다소 경박스럽기는 하지만 현실감이 참 탁월한 표현이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서 정직과 성실의 한계를 절감하며, ‘생존이라는 절박한 목적을 위해 자기의 양심과 자존심을 어느 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 부모님의 세대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정신 없이 살았다. 서양이 두 세기에 걸쳐서 이룩한 산업화를 50년 만에 따라잡았으니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정신 없었겠는가? 아마도 4배속으로 돌리는 비디오 속의 세상처럼 세상이 흘러갔을 것이다. 그래서 생존은 절박했고, 정승 같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개처럼 사는 것도 불사하는 각오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한 평생을 보내고, 적지 않은 결과를 손에 쥐었다. 집이 생기고, 차가 생기고, 금융자산과 인맥이 생기고,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천 리를 마다하지 않는 주머니가 생겨났다.

그러나 그 잉여의 자산들은, 여전히 마음의 여유는 되지 못하고 있다. 부지런한 것도 좋고 자기를 바꾸는 노력도 좋은데, 그 일상에서 삶의 시간은 늘 모자라고 관계의 기쁨과 공감은 바싹 메말라 버린 것이다. 결국 그렇게 손에 넣고자 했던 것들, 이를테면 눈에 보이는 물질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행복한 자기를 완성해가는 인생에서는 낙제한 것에 틀림없다.

 

소유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소유가 주는 잠시의 기쁨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을 가지면 잠시는 기쁘다. 그러나 사람은 소유한 것에 금새 적응하고 빨리 싫증을 낸다.

소유한다는 것은 마치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배가 터질지언정 만족함을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 인생을 발견하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린 후에야, 비로소 행복을 얻는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바로 바람 부는 저녁의 산책을, 비 오는 날의 커피 한 잔을, 뜬금없이 불러낼 수 있는 친구를, 출출한 저녁의 냄비라면을 발견하는 사람이라야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좋은 날도 있고 어려운 날도 있다. 역시나 어려운 날들을 견디게 하는 힘은, 과거의 좋은 날들에 대한 추억이며 동시에 앞으로 다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을 이렇게 과거와 미래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사실, 마음의 눈을 뜨면 가장 어려운 날들에도 가장 행복한 일상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발견하고 누리는 마음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

지금을 개처럼 살지 말라. 개처럼 살다 보면, 정승 같은 날이 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개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을 정승 같은 마음으로 살아라. 설사 정승이 못되면 어떠랴! 꼭 정승이 되야 행복한 것도 아닐진대, 정승이 되겠다고 사람이 개가 될 각오까지 해서야 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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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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