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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8 목양칼럼


지난 2011년에 세상을 떠난 건축가 정기용씨는, 유언과 같이 이런 말씀을 남겼다.

"문제도 이땅에 있고, 그 해답도 이땅과 이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다."

그의 건축으로는 기적의 도서관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가 유명하다.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설계함에 있어 항상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 배려의 마음과 사색이 곳곳에 스며 있는 건물을 지으려 했다고 평한다.

콘크리트는 본래 차가운 것이다. 꽃과 나무를 밀어내고 그 위에 군림하는 콘크리트는, 인간의 문명을 잘 상징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콘크리트는 인간을 품지 못한다. 인간의 정서를 단절시키고 고독하게 만든다. 그 피할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하여 고민하고 해답을 찾는 것이 건축가의 숙제다.

사람들은 오랜 서구 건축의 역사를 숭상하고 외국의 건축가를 찬양한다. 그러나 나는 정기용씨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남의 땅에 사는 사람이 이 땅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마치 나무에게 본토가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그가 숨 쉬고 살 수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땅을 아는 사람이 가장 그 땅에 적합한 건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도 그렇지 않을까? 신앙의 진리를 토착화 하는 것은 분명히 부작용이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본래 진리를 지식과 학문의 테두리에 가두어 정의하는 일이 다 그렇지 않겠는가... 어떤 신학이든, 어떤 교리이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없다. 다만 그 특별한 시대와 장소에서 적절하게 사용되었기에, 오늘 우리가 그것을 존중하고 숙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땅의 문제도 지금 이 땅의 사람들이 해답을 찾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다소의 부작용과 오류가 두려워서 옛것만을 고집하고 그 경계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으려는 태도는, 오히려 고립을 낳고 시대의 현실을 포기하는 폐해가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욕을 먹지 않고 성취를 이루는 것이 어디 가능하겠는가! 

남의 비판이 문제가 아니라, 과연 진리의 본질을 끈질기게 붙잡고 진보해 나가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인류의 발전이든, 신학의 발전이든... 결국에는 같은 원리, 같은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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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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