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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1 목양칼럼

 

위험 앞에서 그것을 회피하려는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사람은 흔히 눈을 감는다. 물론 눈이 신체 중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을 감음으로써 어느 정도는 위험이 주는 공포를 회피하려는 본능의 발현이기도 하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안정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눈을 감으면 일단 마음은 차분해진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위험은 더욱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스포츠맨들은 이 본능을 극복하는 훈련을 한다. 이를테면 야구선수는 공이 날아오는 순간에도 눈을 깜빡이지 않도록 훈련한다. 맞더라도 공을 보면서 맞는 것이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격투기 선수들은 심지어 눈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이나 발길질에도 가드를 올리면서 상대를 보는 훈련을 한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 가장 절호의 찬스를 주기 때문이다.

꿩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은 사냥개로 꿩을 몰아간다. 꿩은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먹을 것을 잔뜩 먹은 꿩은 오래 날지를 못한다. 결국 날아오르다가 내려앉기를 반복하며 사냥개의 추격을 피한다.그러다가 절명의 순간, 더 이상 도약을 시도할 수 없는 저질 체력의 바닥이 드러날 때에, 꿩은 수풀 바닥에 머리를 처박는 습성이 있다. 눈을 감아 버리는 본능과 비슷하다. 자기 머리를 감추고는 사냥개가 사납게 물기까지 그것으로 잠시의 평화를 맛보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담을 부르셨다. “아담아,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그 순간에 아담은 수풀 사이에 숨어서 눈을 감았다. 저지른 죄가 막중하여 겁도 났겠지만, 그런다고 엎지른 물이 저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만약, 아담이 그 순간에 용기를 내어서 하나님 앞에 대장부처럼 나타날 수 있었다면 역사는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가끔은 사람의 본능이 참 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불안한 예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그것을 인정하지도, 준비하지도 않는다. 막연하게 ‘긍정적 사고’만을 추구하고 눈을 감는다. 무대책이 대책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남을 비판하고 남의 얘기에는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참 사람이란 알 수가 없다.

눈을 감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비록 싫더라도 현실을 봐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가장 지혜로운 행동을 책임감 있게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기회가 되고, 위험으로부터 나 자신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다.

나는 항상 기도의 자리에서 눈을 뜬다. 기도는 현실과 나의 빈약한 존재 사이에서 고통 하는 시간이다.기도할 때에 교만한 마음이 무너지고, 내가 얼마나 꿩 같은 존재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고통의 강을 건넌 후에야 비로소 하나님 앞에 서는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나의 기도는 항상 통곡을 지나 결단으로 끝이 난다.

삶을 막연하게 미루지 말라. 미루다 보면 후회로 끝이 난다. 눈을 뜨고 지금의 현실과 자신을 보라. 어쩌면 이미 사냥개의 사나운 이빨이 목덜미에 다가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한 번 더 도약할 힘이 생겨날지 누가 알겠는가? 눈이 살아있는 사람은 결코 주저앉는 법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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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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