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지미(有終之美)
2013-12-29 :: 목양칼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복음서가 예수님의 일생을 다 기록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복음서는 철저하게 변증적인 입장을 취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이유’가 숨어있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과 변론이 처음부터 끝까지 흐른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간파하지 못하면 복음서를 바르게 해석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의 복음서에는 공통적인 핵심이 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이다. 이 십자가를 설명하는 것에 있어 복음서의 저자들은, 그야말로 전력을 다한다. 대체적으로 복음서의 분량에서 절반 정도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마치, 예수님은 죽기 위해 세상에 오신 분처럼 사셨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절망이 아니라, 준비하고 성취해야 하는 고귀한 사명으로 이해 되었다. 이런 ‘복음’을 기록하고 믿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고귀한 죽음을 기쁘게 받아들였으며 결코 죽음을 비관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늘 우리에게는, 사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아울러 죽음에 대한 묵상이 필요한 것 같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그 마지막 처리(?)조차 깔끔해진 요즘에는 좀처럼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먼 미래의 일, 자기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손님처럼 막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잘 사는 것은 반드시 잘 죽는 것으로 완성되어야 하고, 죽음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사 그 일이 먼 미래의 일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바르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오늘을 제대로 사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그 사실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살아라. 그 너머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라. 하루는 그냥 또 하루가 아니라, 내 인생을 완성해가는 벽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나중에는 마지막 한 장이 아쉽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아낄 수 있다면 아껴 사용하라.
오늘이 마지막 주일이다. 2013년이 추억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그 마지막을 예배와 함께 말씀 속에서 마무리 짓고 있다면 좋은 마무리이다. 수고 많으셨다. 그리고 함께 걸어와서 기쁘고 감사했다.
하지만 일년의 끝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끝도 묵상해야 한다. 언젠가는 우리 인생 자체에서 유종지미(有終之美)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때에도 여전히 신앙 안에서, 말씀 안에서 굳건히 서 있는 여러분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도 그럴 자신이 없다면 부디 다시 시작하시라...
새로 맞이하는 해가 여러분 모두에게 꼭 의미 있는 해가 되기를 축복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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