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2 내 인생의 나비(네비게이션)
2009-08-02 내 인생의 나비(네비게이션)
수련회 답사를 가던 날, 최동현 집사님네 차의 네비게이션이 고장났다.
얼마 전에 자동차 메이커에서 최종점검을 해준다고 해서 받았는데, 아마도 그 점검 중에 실수로 네비게이션의 무언가를 건드린 모양이다. 문명의 기계가 다 그렇지만, 사용할 때에는 몹시 편리하다가도 막상 그것이 고장나면 사람을 막막하게 만든다.
그 날 나는 렌트카를 빌렸기에 할 수 없이 네비게이션이 있는 내가 앞장을 섰다.
아마도 일본에 와서 최동현 집사님과 동행하며 내가 앞장을 서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위성 수신장치에 이상이 생겼단다. 덕분에 자동차는 어디를 가든지 자기 자리를 나까무라바시(中村橋) 어딘가쯤으로 표시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도상에 표시하는 자기의 위치가 전혀 변하지 않는 드라이브를 한다는 것은 뭔가 어색할 것이다.
자기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소크라테스가 해주었던 금언,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내가 누구이고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은 건강한 삶에 있어 필수적인 지혜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사람은 철없는 짓을 하고 뒤늦게 후회하곤 하는 것이다.
최집사님네 '나비'(일본에서는 네비게이션을 줄여서 '나비'라 부른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태어나고 살아왔다면, 반드시 걸어야 하는 내 몫의 길이 있을 터인데,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그 길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소프트웨어로 탑재된 지도 데이타는 하나도 이상이 없었다. 그것은 일본 어디를 가든지 훌륭하게 골목골목까지 인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다만 위성으로부터 주어지는 '자기위치의 정보'만이 없었다. 그러자 그 많고 세세한 정보들이 모두 허사가 되었다. 아무 것도 제대로 안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대학까지 공부하고 나름의 식견과 경험을 쌓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나름 생각을 하고, 인생을 전망한다. 그러한 전망들은 타당한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전망들을 제대로 확신할 수 없다.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지금 얼만큼 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확신할 무언가가 부족하다.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알아야 하겠지만, 정작 나를 제대로 아는 분은 오직 주님이시라고 생각한다.
그분의 인도함이 없이, 우리는 인생에서 고장난 '나비'를 가진 차에 불과하다. 매 순간 막연하고 막막한 느낌을 참으며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가?
우리는 간혹 누가 돈을 벌었다거나, 누가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그 길을 배워볼 수 없을까 해서 기웃거린다. 그러나 인생은 각각이고, 그 사람의 길이 내 길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독특하다. 각자가 고유한 자기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성공적인 인생의 비법을 그 누구로부터도 전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그런 비법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 찾아내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주님이 없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불안할까?
보험도 없고, 연금도 없고, 노후와 미래에 대한 그 어떤 준비도 없는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앞을 향하여 나아가는 나의 걸음은 정녕 미련한 그것이다.
그러나 내 가슴에는 주님으로부터 수신되는 '나비'가 있다. 300미터 앞에서 좌회전을 해야할지, 우회전을 해야할지를 알려주는 그 자상한 목소리는 언제나 내게 신뢰를 준다. 그분은 굳이 30킬로미터 앞의 사거리에 대하여 말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사거리도 목전에 다가서면 그분이 알아서 다시 길을 인도해줄 것을 알기에 나는 두려움 없이 이 길을 가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에도 좋은 '나비'가 있는가? 물론 먼 미래의 비전도 중요하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그분이 우리를 위해 애써 숨겨두신 선물을 서둘러 알아내려고 가슴을 졸여서는 안 된다. 느긋하게 즐기면 된다. 그 모든 것은 어차피 나를 위해서 존재한다. 기독교인에게 미래는 그런 것이다.
다만, 듣는 능력이 참 중요하다. 수신이 잘 되야 한다. 나 혼자 어림 짐작으로 추측하며 길을 갈 것이 아니라, 때를 따라 돕는 은혜로 함께 하시는 주님의 메시지가 내 안에 들려야 한다.
사실 인생에서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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