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9 10년 후
2009-08-09 10년 후
히까리가오까(光が丘) 공원에서 사흘 동안 마쯔리를 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교회가 마쯔리에 참가했다.
제법 장사를 하였지만, 마지막 날에 비가 오는 바람에 소득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모두들 수고가 참 많았기에, 괜찮은 수입으로 조금은 보상을 받고자 했는데 이루어지지 못했다.
고생에 비하여 이익이 적었지만, 그래도 손해를 보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다. 만약 비가 왔던 날이 토요일이었다면, 아마 거의 제로섬이 되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손이 많이 가는 행사이기에 다들 피하고 싶어 하였는데, 목사가 고집을 부려서 반은 억지로 시작한 마쯔리였다. 만약 그렇게 참가했던 행사가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를 입었다면 아마도 입장이 참 난처했을 것 같다.
교회가 마쯔리에 참가하는 이유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이다.
더러는 당장 교회를 알리고 전도의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상황에서는 무리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억지를 무릎쓰고 강행하면 어느 정도 되기야 하겠지만, 만약 그런 방식으로 돌진한다면 적어도 지역사회의 일본인들과 앞으로의 오랜 동행은 힘들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선교하는 분들은 직접적인 핍박에 직면해 있다. 예배당을 향하여 돌을 던지거나, 법적으로 선교를 금지하고 감시하는 현실이다. 그에 비하여 일본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며, 그 어떤 폭력적인 핍박도 가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이슬람 문화권에 비하여 쉬운 선교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까닭은 사회적으로 이미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배금(拜金)주의와 함께,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민족적 특성이 가장 주요하다.
일본을 알아갈수록 생각하게 되는 것이, 절대로 한국적 특성을 앞세워 급하게 행동해서는 이곳의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을 가지고 끈기 있게 행동하는 방식만이 일본에서 여러 가지 장애들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선교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마쯔리는 그런 고민 속에서 씨뿌리는 텃밭이다. 4~5년 쯤이 넘어가면, 아마도 마쯔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상인들에게 <동경드림교회>에 대한 인식이 나름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 즈음에 교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면, 지금은 하나만 빌리는 텐트를 3~4개 임대할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 음식을 제대로 갖추어서 마쯔리에 온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여 다양한 볼거리의 공연들을 기획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끈다면 분명히 지역사회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본다.
히까리가오까 마쯔리는 사흘 동안 10만명의 인파를 예상한다고 한다. 만약 지금의 구석에서 시작한 우리가 마쯔리에 중심에 설 수만 있다면, 바로 그 10만명에게 은연 중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사회에서 든든한 평판을 얻는 교회로 세워지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입을 것이다.
교회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도록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명심해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결코 세상을 닮아가서는 안 되며, 오직 세상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비둘기 같이 순결하면서도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 이 말은 세상이 복음을 핍박하고 거절하더라도, 참고 인내하며 반드시 세상이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유효한 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마쯔리 내내 좁은 천막 안에 서서 "이랏사이마세!"를 외쳤다. 평생 처음으로 장사꾼 노릇을 한 것이다. 찬양과 기도, 설교하는 것 이외에는 아끼고 사용하지 않던 목소리를 높여 손님들을 불렀다.
그러나 내가 팔고 싶은 것은 음식이 아니다. 더불어 내가 벌고 싶은 것은 돈이 아니다.
나는 복음을 팔고 영혼을 얻고 싶다. 다만 그 기회를 얻기 위하여 지금 판을 짜고 있는 것 뿐이다. 10년 후가 되어보라. 분명히 동경드림교회는 지역의 명물이 될 것이다. 지역 신문에도 나오고, 지역 방송에서도 찾아오는 '꺼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세상 속의 교회'라는 건강한 정체성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세상이 우리를 주목할 때에, 우리가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을 맘껏 보여줄 수 있도록, 그래서 보는 사람 스스로 감동이 일어나게 만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이 있기에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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