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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목양칼럼

 

"우리 인생의 찬장"

 

여자들의 살림 솜씨를 알아보려면 찬장을 열어보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에는 씽크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지만, 예전에는 부엌마다 그릇을 정리하고 보관하는 '찬장'이라는 것이 따로 있었다. 시집가는 딸에게 은수저와 은젓가락을, 그리고 놋그릇을 혼수로 마련하던 그 시절에, 찬장에는 처음 살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자가 애지중지 아끼고 사랑하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살림이라는 것이 모두 그렇지만, 처음에는 널널하던 찬장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좁기 시작한다. 그러면 안주인은 찬장에 담아 보관해야 하는 것과 팔거나 버려야 하는 것들을 구분하게 된다. 그 선택과 결정의 과정이 결국에는 안주인으로서의 살림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되었던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보아도, 어머니의 찬장에는 새그릇이 가득했다. 그 그릇 중에는 한 번 꺼내서 사용하지도 못한 것들도 많았다. 고급스러운 크리스탈 유리잔부터, 자기로 된 다기(茶器) 세트, 그리고 아주 비싼 본 차이나 등이 첩첩이 쌓여 어머니의 뿌듯함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유행은 변하고, 그릇은 그 본래의 빛과 품위를 지나 점점 초라하게 된다. 그렇게 빛이 바랠 때까지 제대로 한 번 써 보지도 못하고 찬장에만 그릇을 보관하는 것은 아깝고 슬픈 일이다. 

결국 아까와도 써야 한다는 것,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적절하게 바꾸고 소모해야 한다는 것은 안주인이 '찬장'을 통해 배우는 삶의 원리였을 것이다.

 

성경은 과도하게 모으고 인색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빈궁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씀한다. (잠 11:24)

인색하다는 것 부터가 마음의 문제이지만, 성경이 말하는 '빈궁' 또한 결코 물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굳은 땅에는 빗물도 고이기 마련이다. 사람이 아끼고 아끼면 물질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고, 나름 많은 재산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인색함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많이 모으고도 그것을 누리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미 그는 빈궁한 것이다. 그가 아무리 많은 저축을 가지고 있고, 아무리 많은 부동산의 주인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자신을 향해 인색할 때에, 그는 더이상 부자가 아니라 가난뱅이 중에 가난뱅이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찬장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물질이 원래부터 정처 없는 것이라, 우리 곁에 있다가도 쉬이 떠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래서 내게 있을 때에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는 삶을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지혜가 아니겠는가?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소중한 분들이 많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러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러했고, 이번에는 김대중 대통령님이 떠나셨다. 그분들의 삶에서 공로와 허물을 논하기 이전에, 참 소중한 교훈 하나를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그것은 그분들이 참 작은 찬장으로 지혜롭게 살다가 떠나셨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분들이지만, 그분들이 이루셨던 업적에 비하여 그분들이 가지셨던 찬장은 너무나 작고 소박했다. 그러나 어찌 그분들의 찬장을 작다고만 하겠는가? 그 찬장에서 나와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섬겼던 것을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가?

사실 인생에 있어 많이 가진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우리는 빈 몸으로 태어나고 빈 몸으로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입는 옷은 결코 삼베의 수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았던 삶을 입는 것이다. 작은 찬장을 소박하게 가지고, 퍼주고 나누며 살았던 분의 선함은 훌륭한 수의가 될 것이지만, 큰 찬장을 자랑하며 모으고 가지려고만 하던 사람의 인색함은 가장 부끄러운 수의가 될 것이다.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은 그런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예수님을 '나의 주님'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욕심 내지 말자. 아끼다가 버리지 말고, 가장 귀하고 좋을 때에 좀 더 나누자. 내 찬장이 축복의 샘근원이 되게 하여서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으로 섬기자. 예수님처럼 살자. 이것이 말세의 말세를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지혜가 아닐까?

샬롬!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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