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30 하나님이 이해되지 않을 때
2009-08-30 하나님이 이해되지 않을 때
나는 중학교 3학년의 여름 수련회에서 처음으로 성령을 체험했다. 당시의 교회에서는 열풍처럼 성령체험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경험은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성령을 경험했다는 그 사실이 뭔가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 후로 학생회의 임원이 되어서 교회 일을 하기 시작했고, 철야 기도회와 각종 모임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나름 열심을 다했다. 점점 교회의 일은 내 생활의 중심이 되어 갔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될 즈음,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전념해야 하겠다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특별히 나를 혼란에 빠뜨린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나와 함께 성령을 경험하고 뜨겁게 신앙생활을 했던 나의 선배들이 고3 입시생이 되면서 거의 교회에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방언으로 2~3시간을 기도하고, 영어성경을 들고 다니며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큐티를 하던 그들이었는데, 막상 입시생이라는 고비에 이르자 모두 독서실로 사라졌던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나에게 배반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들처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좀 더 공부에 전념해야 하겠다는 결심과 충돌하며 나를 혼돈에 빠뜨렸다.
그 당시 나는 정말 심각하게 기도했다. 내가 교회에 계속 남아 있더라도 오히려 성적이 오르는 학생이 되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교회를 떠나갔던 선배들의 배신에 대해 충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듣지 않으셨다. 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가정의 사건들로 인하여 나는 풍랑에 던져지는 요나와 같았다. 절망과 회의의 밤이 계속되었다.
나는 요즘도 그 즈음의 밤들을 기억한다. 이해되지 않는 하나님의 결정들에 대하여 주먹을 움켜 쥐고 항의하던 고등학생의 나를 기억한다.
교회를 외면했던 선배들은 대학에 합격하여 다시 좋은 크리스천으로 귀환하고, 교회에서 밤을 새우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동기들은 결국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재수생 혹은 지방대의 설움을 감수해야 했던 모순을 기억한다.
하나님은 너무 하셨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하나님은 정말 고리대금을 하는 업자처럼 줄 때와 가져갈 때의 얼굴이 전혀 다른 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이 사십이 되어 그 날의 고민들을 다시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던 선배들의 소식은 가물가물 이제 거의 들리지 않는다. 사실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도 더 이상 없다. 그들이 결국에는 그리 행복하지 못하게 되어서 내가 선택한 길이 훨씬 옳았다는 것을 확인 받고 싶은 유치한 마음도 이제는 없다.
다만 몇몇 들리는 동기들의 이야기가 나를 철들게 한다. 기도 많이 했던 한 자매는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지금까지 장애아들을 가르친다. 평생 보람이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 젊은 날의 기도를 밑천 삼아 아직도 그 보람 없는 일을 보람 있게 하고 있다.
또 한 친구는 복지센터 소장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복지학과는 거의 미달에 관심도 없는 학과였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며 돕는 일을 해보겠다고 복지학과에 들어갔던 그 친구는 지금까지 그 일을 하며 나름 자리를 잡았다.
더 들리는 동기들의 소식에는 회사원도 있고, 목사도 있다. 당시의 기억으로는 절대로 목사가 된 그를 상상도 할 수 없지만, 20년의 세월은 그렇게 많이 사람을 변화시켰는가 보다.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기대하는 성공을 하나님께 강요한다. 정답을 우리가 알고 있고 하나님은 모르신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고함을 치고 고집을 부려도 하나님은 잠잠 하시다. 그저 묵묵히 우리를 향한 그분의 뜻을 이루시고 이끄신다. 나는 이 점이 너무 감사하다.
명문대와 행복의 역학관계를 누군가 따져 본다면, 그 둘 사이에 비례도, 반비례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돈과 행복, 명예와 행복에 있어서도 사실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이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대학과 직장과 돈과 명예를 주지 않으시는 것이 곧 행복을 주지 않으시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주지 않으시고도 행복하게 하신다. 그것이 하나님의 위대하심이다.
기도가 거절되는 것처럼 보이고, 자기의 의도대로 인생의 진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놀라우시다. 어리석게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말라. 다만 그분의 선한 뜻이 드러나게 되기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법을 배우라.
우리는 나 자신보다 하나님을 더욱 신뢰해야 한다. 하나님은 선하시다. 그분의 손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언제나 부족함이 없다. 괜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지 말라. 인생은 모두 각자의 길이 있다. 모두가 부자가 되거나, 모두가 천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 안에서 우리는 누구라도 행복으로 자기 인생을 채울 수 있다.
그러니 응답이 없는 기도란 없는 것이다. 이미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있고, 매일매일의 삶에서 그 응답은 기적처럼 스며 있다. 다만 우리가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할 뿐이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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