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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로 가지 마라!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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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행

2009-12-20 목양칼럼

 

월요일에 입원을 했다.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만 사흘을 보내고 있다.

평생에 처음으로 수술을 경험했다. 수술복을 갈아입고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를 기다리며 누워 있는 경험은 인상적이었다. 팔만 마취를 했기 때문에 옆방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 순서가 되기를 기다렸다.

마취제가 투여되면서 서서히 나의 팔은 나로부터 분리되어 갔다. 의사는 손가락을 가르고 종양을 떼어냈다. 모든 과정은 1시간 남짓이었다. 하지만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으로 흘러갔다. 나는 가만히 찬양을 불렀다.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너의 우편에 그늘 되시니 그가 너를 지키시리라...”

 

어린 시절, 어두운 밤길에서도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 두렵지 않았다. 악몽을 꾸는 날에도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 옆에 누군가 있어준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가 되는지 모른다.

결국 인생은 누구와 동행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막연히 혼자 걷는 길이라면 인생은 항상 예기치 못한 두려움과 우울한 느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도 나를 버리지 않고, 떠나지 않는 동행이 있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물론 부모도, 좋은 친구도, 애인도 소중한 동행이다. 지금도 내 옆에서 새우잠을 자며 나를 간호해 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안쓰럽고도 따뜻하다. 친구의 자상한 병문안과 아내의 눈물 어린 안부는 다시 한 번 내 삶을 소중하게 끌어안아 주었다.

하지만 아무도 영원한 동행이 되어주지는 못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야 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비애일 것이다. 해서 우리는 누군가를 남겨야 하고, 또한 홀로 남아야만 한다.

 

내 나이 마흔, 주님이 없다면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 가족을 위한 유산도 만들지 못했고, 하나뿐인 어머니를 내 손으로 모시지도 못했다. 유명한 이름도 없고, 남이 알아주는 업적을 남기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얇은 환자복 한 벌을 입고 싸늘한 수술실의 침대 위에 누워 밝은 조명등 아래 내 몸이 샅샅이 비춰졌을 때, 나는 편안했다.

나의 주님은 거기서도 함께 하셨다. 그분은 나를 꼭 안으셨다. 내가 동경드림교회를 섬겨왔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수많은 과오와 허물이 숨어 있지만, 주님은 그런 상처들을 나무라지 않으셨다. 오히려 어루만지며 쉼을 가지라고 하셨다.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종양이 아니라 내 기억을 떼어내는 수술이었다. 힘들고 쓰렸던 기억들, 내가 교회를 섬기기 위해 흘렸던 눈물을 어루만지는 수술이었다.

 

휠체어에 실려 밖으로 나오니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애틋한 눈빛으로 안도의 숨을 쉬는 어머니를 보며 열심을 다해 살아야 하겠다는 강한 의욕이 피어 올랐다. 나도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이 오기까지 아직은 살아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그리고 나의 영원한 동행이 되시는 그분을 위해 남은 평생을 살리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보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살리라. 인생은 참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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