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1 문화와 영성
2010-04-11 문화와 영성
오래 기다렸던 사꾸라가 너무 빨리 진다. 봄을 의심하게 만드는 추운 기온이 계속되더니, 비가 오는 날씨도 많아서 사꾸라가 흐드러지자마자 떨어졌다. 맑은 날, 사꾸라나무 밑에서 꽃을 눈처럼 맞고 싶었는데 기회가 너무 빨리 날아갔다.
봄은 설레임의 계절이다. 포근한 날씨도 그렇지만, 사방에서 뿜어대는 꽃의 열기도 그렇고, 꽃만큼이나 예쁜 새싹과 아장거리는 동물들과 화려한 여인들의 복장이 그러하다. 귀에 좋은 음악 하나 꽂고 길을 걸으면 한참을 걸어도 지루하거나 피곤하지 않다. 계절에 따라서 이렇게 거리가 달라지고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음악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해볼까?
중학교 시절에는 발라드 팝송을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하드락과 헤비메탈을 들었다. 교회에서는 뉴에이지운동에 대한 경계를 더하고 있었지만, 그 시절에 들었던 메타리카, 할로윈의 음악은 너무 강렬해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듣다가 스무 살 시절에는 다시 재즈와 국악을 들었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며, 나의 음악도 변했다. 요즘은 연주음악을 주로 듣는다. 클래식이나 재즈, 혹은 국악을 듣는데, 언제부터인가 가사를 듣는 것이 부담스러워져서, 그냥 무의식의 저편으로 음악을 흘려 보내며 긴장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음악이 좋아졌다.
나는 문화란 공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산소를 필요로 하지만, 산소만으로 호흡하지 않는 것처럼 문화란 좋은 것만의 집합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위험의 요소들이 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취사선택하고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는 개인화 된다.
특별히 음악이 그러하다. 뉴에이지 음악이 영성을 흐린다고 하지만, 나는 가끔은 조지 윈스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들으면서 성경을 읽는다. 퀸의 바이씨클(bicycle)은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에 애청하는 음악이고, 클래식 꿀벌의 비행도 그러하다. 비 오는 날에는 진한 커피와 재즈가 좋고, 우울한 기분일 때는 할로윈의 어 테일 뎃 워즌트 라잇이나 킹 크림슨의 에퍼타프를 듣기도 한다.
물론 찬양은 내 신앙과 삶의 일부이다. 그렇지만 찬양을 들으면 영성이 깊어지고, 다른 음악을 들으면 영성이 흐려진다는 견해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한 곡의 노래를 통해 흐려지고, 맑아질 영성이라면 그 깊이가 너무 빈약하다는 뜻은 아닐까?
드라마와 영화를 즐기고,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주시려는 마음은 ‘정죄’가 아니다. 오히려 그분은 언제나 ‘자유’를 말씀하신다. 안식일의 수많은 규례에 얽매였던 유대인들과 달리, 예수님은 얼마나 자유로우셨는가? 전통적 유대인의 눈에 예수님의 모든 행동이 규범을 벗어나는 신성모독으로 보였지만, 그러나 우리는 그분이 진심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며 일생을 사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언가를 1시간 하면 괜찮고, 3시간 하면 죄라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이 정말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고 먼저 그 나라를 구하며 살고 있다면, 우리가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결코 우리의 영성과 신앙의 빛은 흐려지지 않을 것이다.
문화를 문화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라. 단지 도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음악이나 다른 예술이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우리 마음에서 나오고, 마음은 오직 하나님으로만 채워진다.
그러니 차라리 하루의 삶에 말씀을 묵상하며 그분과 동행하려는 노력을 더하는 것이, 경계와 두려움으로 문화적 편식을 시도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나으리라.
뱀은 이슬을 먹고도 독을 만들고, 꿀벌은 쓰레기를 헤매고도 꿀을 만든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어디에서나 주님을 보고,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왜냐하면 이미 그의 삶은 예수님의 것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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