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쉬운 길로 가지 마라! makarios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896)
목회 (632)
인생 (179)
동경in일본 (35)
혼자말 (50)
추천 (0)
11-24 03:25
Total
Today
Yesterday

달력

« » 2024.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2010-05-09 자격 없는 충고



네 부모를 주 안에서 공경하라!

이 계명에 대하여 과연 내가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나뿐인 홀어머니를 외롭게 고국(故國)에 남겨두고 일본에 와서 목회를 하고 있는 나는, 이 계명이 늘 마음에 큰 짐이 된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청천벽력(晴天霹靂)  같은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가 건강검진을 받으시다가 담낭 쪽에 이상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의사는 암이 의심된다며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도록 의뢰했다. 대학병원의 정밀검사라는 것이 오늘 신청하고 내일 받는 것이 아니기에, 어머니는 거의 한 달을 기다리셔야 했다. 그 동안 맘 고생이 얼마나 심하셨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어머니는 유난히도 고통에 대하여 민감하시다. 그럼에도 거의 평생을 심한 만성 두통으로 고생하셨고, 자궁암 수술을 받으셨고, 치과 진료와 관절 등으로 연일 심한 고통을 겪어 오셨다. 그럼에도 한 번도 아들인 내게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그런 어머니이시기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 사실 현재의 내가 별로 도움도 드릴 수 없는 형편이고 보니, 어머니뿐 아니라 나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돌아서 어머니는 어머니의 고통에 서럽고, 나는 나의 불효에 서럽다.

지난 목요일 아침, 기다리던 검사결과가 나왔다. 다행히도 암이 아니라고 한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오랜만에 힘이 넘쳤다. 그간에 참아왔던 힘겨운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어머니의 안도를 들으며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인생은 유한하다. 흐르는 강물을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순간들도 그렇게 흐른 뒤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만약 내가 인생의 마지막에 서게 된다면, 부자로 살지 못한 것이나, 명예를 얻지 못한 것으로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날에 내 마음에는 오직 하나의 후회가 남으리라. 

그것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 좋은 아들이고, 좋은 아버지이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좋은 목사로 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아마도 그런 것들이 짙게 남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해두고 싶다. 남에게 잘하라 말할 자격도 없지만, 그러나 조금 더 노력하자고 권하고 싶다. 부모에게 공경할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하라. 우리의 세월도 기다려주지 않고, 우리의 부모님도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하여 대리석 묘비를 세우는 일은 미련한 일이다. 

차라리 지금 기회가 있을 때에 적은 용돈이라도 드리는 것이 지혜이다. 바다 건너 이국 땅에 있지만 좀 더 자주 목소리로 안부를 여쭈고, 되도록 많이 뵙도록 노력하는 것이 귀하다.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항상 건강 하시기를 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점점 쇠약해지고,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너무 많이 기다려달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기다리고 싶어도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며, 목숨이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이라 더욱 어머니가 그립다.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 달아 드리고 한 번 업어 드리기라도 하고 싶다. 더는 맘 고생 없이 사셨으면 좋겠다.

이제라도 자식 노릇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makario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