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5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다
2010-08-15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다
큰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지난 주일, 마쯔리가 한참이었다. 가계들 중에 ‘그라페’를 파는 가계가 눈에 들었다. 일본인이 아니라 외국인 가족이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란 눈의 부인은 프랑스 여자 같았는데, 장사를 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 그 딸로 보이는 찬혁이 또래의 딸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눈길이 갔다. 개구쟁이 어린 아이들이 두 명 더 보였고, 서 너 사람의 어른들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두 집이 함께 장사를 하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장사에 몰입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놀 거리를 찾았다.
마침 찬혁이와 준혁이도 텐트 뒤에 있었기에 그 아이들에게 ‘호떡’을 주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처음에는 거절하던 아이들이, 얼마 후에는 서로 가까워져서 호떡이 담긴 종이컵을 들고 자기 부모에게로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그러다가 일이 생겼다. 갑자기 어린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여인이 다가오더니 대뜸 준혁이를 붙들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가 이상해서 나도 다가갔다. 준혁이는 땅에 앉아 풀만 뜯고 있고 여인은 심각하게 심문을 계속했다.
대충 곁에서 들으니, 어린 아이들이 놀다가 200엔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무에도 거꾸로 매달리고, 준혁이가 아이들을 손잡아 주기도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기분 나쁜 것은 그 엄마의 고압적인 태도였다. 마치 준혁이가 어린 아이들의 돈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듯이 따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많이 상했다.
아이들과 그 엄마가 돌아간 후에, 준혁이를 나무랐다. 어찌 되었든 어른이 묻고 말하는데, 자리에 앉아 고개만 들고 대답하는 무례함과 중학교 3학년이나 되었으면서도 억울한 정황에서 별로 해명하지 못하는 어리숙함에 화를 낸 것이다.
결국 준혁이는 그 자리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엄마도 미안했는지 아이들의 손에 그라페를 보내왔다. 사과의 선물인지 아니면 보냈던 호떡에 대한 답례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선의(善意)로 받고 그만 생각을 접기로 했다.
돌아서 생각하니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혁이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이니 얼마나 억울할까? 어른을 향해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에 대하여 꾸지람을 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아들을 도둑 취급하는 듯한 느낌에 대한 분노가 섞여 꾸지람이 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집으로 떠난 준혁이가 도착하기도 전에 전화를 했다.
“준혁아, 아빠가 생각해보니 너무 지나쳤다. 너도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 아빠가 내 아들을 모함하는 느낌에 화가 나서 오히려 너에게 지나치게 한 것 같구나. 미안하다. 앞으로 어른 대할 때는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해라. 아빠도 더 조심할테니…”
준혁이는 아빠를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몇 가지 교훈이 남았다.
역시나 화내는 것은 의(義)를 이루지 못한다. 선을 행하고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 우리가 억울함을 당할 때에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은 더 많이 속상하시다. 마지막으로, 목사라도 잘못 했으면 아들에게조차 사과하는 것이 옳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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