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4 모두 남의 일이 아니다
2011-09-04 목양칼럼
북쪽으로는 쓰나미와 원전사고가 났고, 남쪽으로는 태풍에 물난리가 났다. 강이 범람할지도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1만4천 가구가 대피권고를 받았다. 어제의 뉴스이다. 지난(至難)한 2011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사고 후에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의외로 모든 것이 멀쩡하다고 놀란다. 특별히 동경은 더 멀쩡해 보인다고 한다. 쉽게 동요하지 않는 일본인의 냉정함이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 동화(同化)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 주변의 사람들도 놀랍다.
이 놀라운 냉정함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한 성숙한 연대의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지만, 후쿠시마산의 식품을 소비해서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응원하자는 캠페인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공동체 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한다. 순진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음이고 참 사람다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아직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냉정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의외로 시야가 좁다. 재난과 위험이 구체적으로 나의 일이 되기까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 문제가 내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영국의 한 과학자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결과로 앞으로 100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것은 당장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앞으로 30년에서 50년 동안에 나타날 수 있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그리고 그 미지의 수에 나와 여러분도 조금은 들어가 있다. 이것은 2011년에 일본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피할 수 없기에 잊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이 일은 적어도 나와 상관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이것은 분명 여러분과 나의 문제이며, 우리 자식들의 문제이다. 이 시간과 장소를 피할 수 없다면 이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깊이 생각하는 대처가 필요하다.
10월이면 교회의 건물을 내놓아야 한다. 어디로 갈지 아직은 기약이 없다. 같이 의논을 하겠지만 딱 부러지는 해결책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어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이 있고 믿음이 있다면 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길이 있다면 나는 그 길을 되도록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쉬울 거라고는 말 못 하겠다. 생각보다 어둠이 깊다.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 어렵지만,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그리스도인은 이 사회적 문제와 영적으로 싸우고 치열하게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회자로서 말한다. 기도하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라. 아직 자기 일이 아니라고 여기지 말라. 자기의 지혜를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라.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라. 하루를 살아도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라.
지금은 분명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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