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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5 목양칼럼


언젠가 아도니람 저드슨과 허드슨 테일러의 전기를 읽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선교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일본행을 하게 되면서, 그 책이 그저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도니람 저드슨은 미국의 선교사이다. 미얀마(버어마)에서 평생을 헌신했고, 지금은 기독교가 미미하지만 그의 시절에는 제법 부흥을 시켰다고 한다. 당시 세계에는 영국의 선교사들이 주름을 잡았고, 미국의 교회는 상대적인 열등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세계적인 선교사가 되자 사람들은 그를 향해 열광했다. 아도니람이 지병으로 휴양을 위하여 미국에 귀국하였을 때에, 교회들마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안달했다. 그러나 강단에 올라간 아도니람은 성경으로만 설교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기자가 물었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당신이 선교지에서 겪었던 감동적인 이야기들입니다.” 그러자 아도니람이 대답했다. “나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이야기 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나의 이야기는 그분의 이야기에 비할 수 없습니다.”


허드슨 테일러는 영국의 선교사이다. 그는 중국에서 사역했고 그가 만든 선교단체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그는 철저하게 현지에 뿌리를 내리는 선교를 생각했다. 일체의 선교보조를 받지 않고 사도 바울처럼 스스로 일하고, 현지인의 땀과 눈물로 교회가 서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선교지에서 그의 자녀들과 아내가 죽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서양인이면서도 중국인과 똑같이 변발(몽고 머리)을 하고, 중국인의 옷을 입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결국 그의 헌신은 지금과 같은 중국선교의 토양이 되었다.


내가 직접 선교지에서 사역을 하게 되면서, 나는 두 분을 나의 롤모델(roll model)로 생각했다. 

첫째는 선교사라는 지위를 내세우거나 스스로 특별한 대접을 기대하지 말자는 결심이다. 단지 나는 이 땅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일뿐이다. 선교지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내가 연구하고 깨달은 성경의 말씀을 한 마디라도 더 전하는 사람이 되어서, 철저하게 그리스도 중심의 사역자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둘째는 현지에 어떻게라도 뿌리를 내리고 자족하는 교회를 세우겠다는 결심이다.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면 의존적이게 되고, 그러면 결국에는 ‘나의 교회 나의 사랑’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 교인들과 이겨내고 스스로 교회를 세우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참 어려운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교회는 아주 조금씩 늘어갔다.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이던 교회가 겨우 30여명을 넘어섰다. 작년에 처음으로 자급하여 여름 수련회를 다녀오고, 주일학교를 개교했다. 청년부도 조직을 세워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11일에 지진이 일어났다. 갑자기 그야말로 청년부가 모두 한국으로 귀국을 했고, 어린 아이를 키우던 주부들은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가서 아직도 피신하고 있다. 그 동안 교회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역시 재정이었다. 매달 간신히 채워가던 월세와 지출들이 부족해 지면서, 결국에는 예배당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지금 예배당을 오는 10월 21일에는 비워 주어야 한다. 갈 곳이 예정되지 못했다. 다방면으로 길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막연하다. 어쩌면 정말 공원 나무 밑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목사로서 참 맘이 아픈 요즘이다.


지난 주일에 회의를 했지만 역시나 서로 아무 말도 없다.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많이 외로웠다. 그래서 예배당에 혼자 들어서면 눈물이 난다. 교회의 구석구석을 향해 시선을 던질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한 동안 마음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곧 기도하며 다잡았다. 그래서 회의 때에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현실을 보면 물러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로 인하여 여러분이 어쩔 수 없이 편한 길을 놔두고 고생만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동안 내가 처음 일본에 오던 때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이 교회는 무책임하게 사역지를 버린 목회자로 인하여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약속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여러분을 목사 없는 교인으로 만들지 않겠다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도 물러서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교회가 의연하게 세워지기까지 어떤 역경이 있어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목사로서의 저의 결정입니다.”


교우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교회를 위한 길을 찾기로 했다.

구청의 음악실을 빌려 주일에만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사택과 교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건물도 알아보려고 한다. 그 밖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동경드림교회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을 해보려고 한다. ㅂ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 했다. 미련하지 않으면 산을 옮길 수 없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실은 두렵다.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또 한 명의 목사가 될 까봐, 결국에는 내가 말했던 교회를 세우지 못할까 두렵다. 물론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 간절해야만 한다는 것을.

내가 가진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지혜를 구한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그야말로 생존을 거는 목회를 해보고 싶다. 

나는 하나님이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시지만, 결코 실망시키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너무너무 두렵고, 힘들면서도 이 길을 가는 것이다. 폭풍 위를 걸어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면서...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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