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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8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에 모인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오늘은 특별히 5.18입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의 기념일이지요. 얼마 전 한국영화 ‘화려한 휴가’를 통해 소개되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렸던 과거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쉽지 않은 근대사를 겪었습니다. 아니, 아직도 분단된 현실과 외세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서 그 근대사를 계속하여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그러하고, 북한 핵문제도 그러합니다. 현 정부라고 정말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나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성급한 액션을 취하다보니, 지나치게 오버하여 국민적 반발을 호되게 겪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슬픈 자화상이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국의 구호물자로 주린 배를 채웠고, 월남전 때에는 군대를 파병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원조를 받아다가 새마을 운동의 기초를 만들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에는 ‘상이군인’이라는 분들이 험한 인상으로 잘린 팔다리를 목발에 의지하여 버스에 오르곤 하였습니다. 그분들은 값싼 모나미 볼펜 한 자루를 천 원에 팔았습니다. 그들의 언사가 하도 거칠어서 사람들은 억지로 지갑을 열었는데, 그 시절에는 경찰도 월남전 상이군인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팔 다리, 혹은 목숨을 팔아서 대한민국은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영광을 이루었습니다. 그렇게 그 오랜 세월, 미국의 그늘에 있다 보니 이제는 미국 없이는 못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싫으면서도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해야 했고, 굶주린 동포에게 식량을 주면서도 눈치를 봐야 했으며, 심지어 다른 나라가 거절하는 쇠고기를 먼저 앞장서 수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그러한 관행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전과 달리 화염병이나 보도블럭의 돌조각을 들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손에 촛불 하나 밝혀서 거리로 나섰습니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은 돌아가며 말을 합니다. 물론 격한 언사를 일삼는 사람들도 있고, 생각이 삐뚤어지거나 편파적인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5.18 아니, 동학의 후예입니다. 세상을 방관만 하지 않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아무도 시키지 않는 짓을 스스로 하는 피가 우리의 혈관 속에는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 점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저도 광화문에 아들과 갔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기도를 했겠지요. 내 조국을 위해, 대통령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을 것입니다. 비록 몸이 현해탄을 건너 이곳에 있어 그 자리에 촛불 하나를 밝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촛불 같은 기도만은 빼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현실은 현실입니다. 재협상이 가능할지, 과연 대한민국이 미국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성향에서 앞으로 얼마나 독립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발씩 가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한 나라, 국민이 참으로 주인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 날까지 부디 내 조국에 광우병도, 조류독감도, 그 어떤 재난도 없었으면 합니다. 힘들게 살아왔던 내 형제들이 부디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함께 그것을 위해 쉬지 말고 기도합시다. 우리가 이곳에 살아도 한국 사람임을 잊지 맙시다. 주님의 은혜가 조국땅을 덮어주시기를 구합니다. 샬롬~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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