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한 아들놈 두 마리
2014-09-06 목양칼럼 :: 터프한 아들 놈 두 마리
엊그제 작은 아들에게 '라인'이 왔다. 다정한 부자(父子)사이라고? 그런 거 같다. 하지만 평소에는 먼저 보내지 않으면 절대 오는 법이 없다. 그 일방적인 관계에서 가끔 이렇게 ‘선빵’을 날리는 성은(聖恩)이 주어지는 것은, 뭔가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역시나 그랬다. 학교에서 자전거가 펑크 났다는 것이다. ‘아버지’로 종사한지 어언 19년에 이제 자전거 정도는 후딱 수리하는 전문인이 다 되었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 그래도 앞바퀴는 10분, 뒷바퀴는 30분 걸리는 작업이라 물었더니 역시나 뒷바퀴라고 한다.
작업은 어렵지 않은데, 두 가지 난제가 있다. 펑크가 난 튜브는 또 펑크가 나기 쉽다. 아마도 노후 되어서 그럴 것이다. 처음에는 펑크 수리를 계속해서 사용했는데, 그 경우 얼마 안 가서 다른 곳이 또 펑크가 났다. 경험적으로 두 군데 이상은 펑크 수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튜브를 바꾸어 주는 것이 덜 고생하는 선택이다. 그런데 집에 여분의 튜브가 없다.
두 번째 어려움은 예상도 못할 것이다. 바로 모기다. 요즘 우리 아파트 앞은 모기와의 강렬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너무 많이 달려들고 몹시 적극적이라, 심지어 양말 위로도 흡혈을 한다. 자전거 30분 고치면 온 몸이 헌혈을 하고 반나절을 ‘욕 나오는’ 상태로 고생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형의 자전거를 쓰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이미 뒷바퀴 펑크란다. 결국 긴 바지에, 후드 점퍼를 모자까지 쓰고 어두운 주차장에 나가서 달려드는 모기와 사투를 벌이며 자전거 바퀴를 수리했다. 온 몸이 푹 젖었고, 그래도 손가락을 서너 방 물렸다.
그런데 이 놈의 자전거가 30분도 되지 않아서 다시 주저 앉았다. 역시 튜브가 낡았거나, 모기 덕분에 작업에 집중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다음 날, 작은 녀석은 엄마에게 차비를 받아 챙기고는, 한 번도 안 타던 롤라브레이드를 꺼내 타고 학교를 갔다. 그것도 버스 놓치고 지각할 것 같으니까 대충 신고 달리는 바람에 발목에 상처가 나서 학교 가자마자 보건실 신세를 졌다고 한다.
급히 인터넷으로 자전거 튜브를 주문했다. 오늘 아침에 도착했고, 그것을 들고 정오의 주차장으로 나가서 태양 아래서 자전거 두 대를 수리했다. 비(rain)의 ‘태양이 싫어’라는 노래가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흘러 나왔다.
아들 녀석들의 자전거를 보니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철로 된 자전거가 사방 깨지고 휘어지고 끊어진 것을 보니, 이 녀석들이 그야말로 ‘짐승’ 같다. 뭐라고 해도 소용도 없다. 자기들은 언제나 조심했고, 신경을 썼으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억울하다는 슬픈 표정을 지을 때면, 훌륭한 연기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된다.
자식과 부모 사이에 시비는 가려 무엇 하랴? 너희들만 안 다치면 된 거지.
나는 고치고 너희들은 타고, 나는 모기 물리고 너희들은 건강하고, 나는 더위를 무릅쓰고 너희들은 편안하고… 그래도 너희들의 행복이 나에게도 최고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니? 그러니까 힘내라. 가슴 펴고 환하게 웃어라.
아직도 서툴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람 위의 사람이 된다는 뜻인 것 같다. 그 깊은 의미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거창한 어떤 일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판가름된다. 마치 신앙처럼 말이다.
아이들도 잘해야 하지만, 부모야말로 잘해야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이미 부모가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점점 부모가 되어간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더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 아이들도 훌륭하게 자라나 있지 않을까?
터프한 두 아들놈 때문에 내가 사람이 되어간다. 더 깊은 사랑을 배우고, 더 인내하는 인격을 만들고, 더 기도하는 신앙을 맞이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내게 주신 가장 값진 은혜는, 내게 이 녀석들을 보내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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