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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9 목양칼럼


요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씨의 경험담이다.

대학시절 가난한 동네로 의료봉사를 나갔다. 열심히 진료했지만 환자들이 잘 낫지를 않아서 아직은 미숙한 학생들이 진료를 해서 그런 줄로 알았단다. 그런데 어느 날, 진료소 앞마당에서 아이들이 알약으로 공기놀이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의료봉사 차원에서 약을 공짜로 나누어주니 환자들이 약을 전혀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으니 병도 낫지를 않았던 것이다.

결국 100원이라도 약값을 받았다. 그랬더니 자기 돈으로 산 약이라고 귀히 여기고 약을 복용했다. 얼마 후에는 환자들이 다 상태가 좋아져서 진료를 잘한다고 소문이 났고, 심지어는 두 세 시간씩 버스를 타고서 진료를 받기 위해 오는 환자들도 생겼다는 것이다.

공짜는 귀히 여김을 받지 못한다…… 그 말이 하루 종일 마음을 눌렀다. 

왜냐하면 내가 전하는 복음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복음은 ‘죄’라는 지독한 질병에 빠진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하나님께서 처방하신 생명의 약이다. 그런데 그 값이 너무 귀해서 사람이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그 값을 대신 지불하시고 ‘공짜’로 나누어 주시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셨다. 그래서 복음을 은혜(=공짜)라고 하는 것이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사람들이 그 약을 무시한다. 값진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알약으로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처럼, 복음을 하찮게 여기고 당연시 한다.

세상에 당연한 은혜는 없다. 모든 은혜는 누군가의 희생과 선의가 담겨 있는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고 소홀하게 대우하는 사람은 부당하며 무례한 사람이고, 그런 자에게서 은혜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안철수씨는 그 은혜의 소중함을 알게 하기 위하여 100원의 상징적인 가격을 정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음에는 이런 설득이 불가능하다. 복음이 곧 은혜여야 한다는 하나님의 의지가 너무 확고하셔서 인간적인 조작이 불허되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복음이 푸대접을 받더라도 복음을 통해 생명이 살아난다는 확신을 가지고 끈기 있게 싸우도록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종들에게 명령하셨다.

그런데 좌우를 살피면, 돌팔이 약장사들이 난장(亂場)을 벌인다. 

목사에게 무조건 순종이라는 약값, 예배당 건축이라는 약값, 심지어는 나름대로 도덕적 삶의 규범들을 복음의 약값으로 둔갑시켜 팔아먹으니 오히려 공짜(=은혜)였을 때보다 장사도 더 잘 되고,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 허탈한 현실을 뭐라 말해야 좋을까? 먹고 나으니(과연?) 다행인가? 아니면 결국에는 모두 불법을 행한 사람들이라고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까 걱정해 주어야 할까?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분명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은혜는 값이 없는 것이지 값이 싼(저렴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 복음은 자기 멋대로 아무렇게나 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원칙(rule)대로 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복음은 엄격하다. 때문에 복음을 복음답게 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치열한 고민 속에 살수밖에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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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2 목양칼럼



자유와 평등. 그것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추구한 가치이며, 동시에 성경이 사람에게 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다. 성경이 그토록 를 미워하는 이유도 그것이 사람의 영혼을 불행한 사슬에 묶는 굴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독교 신앙은 그 죄의 사슬로부터 사람을 구원하고 해방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셨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모든 억압에 항거하는 정신이 내포되어 있다 하겠다.

종교개혁과 더불어 만인제사장이라는 교리를 강조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제사장은 본래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에서 신앙적인 중재를 담당하고 대신하여 수고하는 헌신적인 직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제사장이 하나님의 권위를 사칭하여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자기의 욕망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이 되고 말았다. 결국 만인제사장은 근본적으로 제사장이라는 역할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제사장이라는 이름을 남용하여 벌어지는 일체의 억압과 부조리에 항거한 교리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교개혁의 시작을, 1517년에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대학교회의 정문에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5년만 있으면 500주년을 맞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목사라는 이름의 제사장에 눌려 정신적 억압에 신음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목사는 명예로운 직분이다. 목사의 명예는 성도들을 위해 수고하고, 성경을 실천하며, 신앙적 삶의 모델을 형성하는 것에 있다. 목사는 그러한 삶의 궤적 속에서 한 교회를 대표하고, 신자들을 양육하여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그것은 강요된 권위가 아니라, 동고동락(同苦同樂)의 동행 속에서 얻어지는 신뢰의 권위이다.

때문에 목사가 신뢰를 깨뜨리면 당연히 그 권위도 회수되어야 한다. 목사는 별종(別種)의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평등한 신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직분이 특별한 것이다. 직분은 그것을 감당할 때에 명예로운 것이지, 감당하지 못하는 자의 방패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성경에는 발람이라는 선지자가 나온다. 그는 불행하게도 돈에 신앙과 양심을 팔았다. 모압의 왕을 위하여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저주하려고 시도했다. 하나님은 그가 가는 길을 막으셨다. 더 놀라운 것은 당나귀의 입을 열어 발람에게 교훈을 주신 것이다. 이것은 극단적인 가르침이다. 선지자의 직분이 귀한 것이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면 당나귀라도 대신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그래서 예수님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명예롭게 여겼던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타이틀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하나님은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고 하셨던 것이다.

사람은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귀한 직분을 감당하는 사람은 존귀하게 여겨야 한다. 반대로 그 직분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명예로운 권위를 내어줄 필요는 없다. 성경은 이 점에 대하여 매우 단호하며, 이것이 성경적 정의라고 나는 믿는다.

교회에서 섬기는 모든 사람들은, 마땅히 자신을 주님의 종이라고 여겨야 한다. 억압의 굴레를 다시는 쓰지 말라. 하나님은 자유와 평등의 하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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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우리교회의 신혼부부가 집들이를 했다.

이운용, 김소라 부부.

 

 

소라는 일본에 처음 올 때부터 함께 해서, 이제 이렇게 가정을 이루었으니 가족 같은 친구이다.

타국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결심하는 것이 조금은 염려 되기도 했지만, 막상 결혼하고 함께 만나보니 인품도 훌륭하고 자상한 사람이라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이 좋은 집에 신혼 살림 차리고 저렇게 함께 교회식구들을 대접하는 것을 보니, 목사의 마음이 너무 흐뭇하다.

역시 목사의 기쁨은 성도들에게 있구나. 안 먹어도 이미 배부른 오후였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오랜만에 만나는 맛있는 음식 앞에서 정신을 놓고 불타오르고 말았다.

 

 

사실, 새내기 신부가 갈비찜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맛도 있었다. 기적이다!

 

 

상대적으로 요즘, 목사의 마음을 안스럽게 하는 양반들이 저기 보인다.

장수호 집사는 하윤이의 출산과 함께 기러기 아빠가 되어 있고, 전동훈 집사는 이번 주에 건강 때문에 와이프를 한국에 보내고 당분간 혼자 지내야 하게 되었다. 둘이 절친인데 처지도 비슷하구나.

 

 

이 사람들은 보이면, 자동차와 오토바이 얘기 밖에 안 한다. 그게 취미고, 낙(樂)이고, 직업이다.

그것밖에 모르는 순진함에 오히려 기대가 간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넘치게 주시기를 몰래 기도해본다.

하나님이 주시는 모든 시간에는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지금 모른다고 해서 불평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묵묵히 인내하며 믿음으로 나가면 마침내 선을 이룰 것이다. 내게는 그런 확신이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목사의 눈길이 늘 머무는 아이.

 

 

요즘 지혜는 사춘기다. 박소연 집사의 말을 빌리면 ‘청개구리’다.

그런데 목사가 보기에는 그냥 청개구리가 아니라 ‘퓨어 청개구리’다. 그래도 이 녀석이 이렇게 환하게 웃을 때면 나는 마음이 짠하다.

너무 오래 기도했기 때문일까…

 

 

서재는 그 집의 속살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책을 읽었고 읽는지를 살피면, 사실 그 사람의 경향과 사고에 대하여 대충은 판단할 수 있다.

 

 

 

준혁이는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고 예배 다음에 혼자 사택에 남았고, 찬혁이는 함께 동행을 했는데 오랜만에 타는 자동차로 멀미를 했다. 일본에 와서 사는 동안 아이들이 촌놈이 되어 버렸다…

 

 

집주인의 헌신적인 섬김… 역시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자상하고 따뜻하다.

두 사람이 예쁜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돌아가는 길에, 장수호 전동훈 집사는 오토바이를 탔다.

더운 날씨에도 제대로 차려 입고 라이딩을 하는 모습은 꽤 멋지다. 두 사람 때문에 우리 교회 식구들은 오토바이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나름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지혜네가 이번 주에 한국에 다녀온다. 당분간 못 보겠네…

여름휴가를 보내고 올 모양이다. 그 다음에는 다시 카테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지루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께서 충분한 휴식과 감당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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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

혼자말/靑情 / 2012. 7. 15. 02:40

 

곱다는 빗소리에도

어디선가 사람이 쓸려간다

올해의 여름은

또 그렇게 누군가에게 잔인하다

 

먹먹한 가슴 한 켠에

기댈 어깨라도 들여놓고 산다면

덜 불행할 것이다, 사람아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풀은 눕고

머리는 헝클어지더라

그래도 살아야 하고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겠지

빗소리가 여전히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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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5 목양칼럼


 

영웅의 시대는 갔다. 전장의 빗발치는 화살 속에서 용감하게 선두를 달리는 용장(勇將)의 기백은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높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일수록 비겁한 시대가 되었다.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돌격'을 외치는 그런 사람들의 시대 말이다.


작년3월, 후쿠시마의 원전이 쓰나미의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들려졌다. 처음에 그것은 수많은 피해지의 무너진 건물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원전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다가 폭발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방송했고, 그것은 또 다른 재난의 시작이었다. 연이어 방사능 누출이 매일 신기록을 쏟아냈다. 인근지역의 소개(疏開)가 시작되었고, 소방헬기가 바닷물을 퍼서 원전 위에 쏟아 붓는 사상 최악의 대응이 전세계에 중계되었다.

가슴이 떨렸다. 원전사고가 빨리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거기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던 것이다. 동경전력의 안일한 태도가 매일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그것은 원전정책을 결정하고 그 혜택으로 막대한 부를 누렸던 사람들의 몫이지 당시 그곳에서 반강제로 발이 묶여 있는 사원들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나라의 위기를 위해 가족과 눈물로 이별을 하고 동경에서 후쿠시마까지 달려갔던 소방특공대원들의 모습은 실로 장엄했다. 그들이 목숨을 이 위기를 모면하는 값으로 내놓아야 한다면, 과연 그것이 감동만 해도 되는 일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목숨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게 될까 봐 다른 이의 위기를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외면은 결국 자기의 위기를 앞당긴다.


한 때 나치의 지지자였던 마르틴 니묄러라는 목사가 있다. 그는 나중에 나치의 반대운동에 나섰고 <그들이 왔다>는 아주 유명한 시를 남겼다. 이 시에서 '그들'은 나치이지만, 동시에 우리 시대의 '그들'이기도 하다.

"맨 먼저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잡으러 왔지만 /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그들은 노동조합원을 잡으러 왔지만 나는 /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지만 /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마지막으로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지만 /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개신교 기독교인들을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고 부른다. 이 말은 '항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중세의 암흑 속에서 왕이, 귀족이, 그리고 심지어 종교의 사제가 불의(不義)로 하나님을 사칭할 때에, 오직 손에 성경을 들고 진리를 위해 항의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항의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매를 맞고, 심지어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을 거룩한 희생으로 받고 하늘의 보상을 믿으며 죽어갔기에 시대의 어둠을 걷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일본의 원전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걸고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설사 다시 후쿠시마의 원전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결코 그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도장을 찍고, 누군가를 그곳에 보낼 뿐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이름이 다음에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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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는 밥이다. 이 말은 개인적인 원칙이다.

라면을 먹어도 꼭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곁들여야 끼니가 된다. 참 번거롭게 한다.

입맛은 까다롭지 않아서 아무 것이나 잘 먹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라 없으면 고집 부려가며 찾지 않지만, 그래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조금은 난감한 부분이 있는 셈이다.

 

오늘은 토요일, 오랜만에 스파게티를 했다.

해물 크림 스파게티는 몇 번 해 먹었는데, 토마토 스파게티는 정말 오랜만이다. 한 반 년은 된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SDC11374

 

아이들이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주문했으면 3~4인분은 되었을 양을 거뜬하게 해치우는 대식가들이랑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 집 저녁은 항상 푸짐해야 말이 된다. 보통의 가정에서 생각하는 1인분은, 우리 집에서는 디저트 정도로 밖에 취급을 받지 못한다.

 

SDC11375

 

저녁을 잘 먹었다.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그런데 나는… 이 허전함은 뭐지? 뭔가 아직 저녁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이 낯선 느낌은 뭐지? 분명히 배는 부른데 아직 덜 끝난 것 같은 이 당혹스러운 감각은… 뭐지?

시원한 콜라 한 잔 하고 싶다. 더워서. 아이, 밥돌이 본능을 커피로 압도해야지. 원두 커피나 한 주전자 뽑아서 배터지게 마셔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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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휘핑크림을 사다가 집에서 생크림을 만들어 먹은 것이 꽤 되었다.

카레를 만들 때에도 생크림을 넣으면 훨씬 부드럽고 맛있어지기 때문에 냉장고에 대체적으로 꼬리를 물고 대기한다.

 

일본에는 バウムクーヘン (바우므쿠-헨, 독 Baumkuchen : 바움쿠헨) 이라는 빵이 있다.

이 빵의 이름이 독일어이고, 바움쿠헨이라는 것은 이 글을 쓰면서 지금에야 검색을 해서 알았다…

대단히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케익빵인데, 도너스 같이 가운데가 텅 비어 있고 카스테라풍의 빵을 겹겹이 감아서 자르면 나무결 같은 무늬가 나타나는 빵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가 바로 바움쿠헨이다.


 

생크림을 만들어서 이 빵에 잘 발라주고 과일로 토핑을 하면 멋진 생일케익이 된다.

우리집은 생일마다 이렇게 케익을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휘핑크림을 가지고 생크림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다. 어쩔 때에는 잘 되고, 어쩔 때에는 너무 잘 되지 않아서 1시간이 넘도록 가족들이 서로 돌려가며 고생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름 비법을 알게 되었다.

 

    1. 그릇에 물기가 있으면 안 된다.
    2. 온도가 차가울수록 쉽다. 그래서 그릇도 냉장고에 잠시 넣었다가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3. 잼을 바닥에 조금 넣으면 응고재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된다.
      (딸기잼, 사과잼, 블루베리잼… 단, 싸구려가 잘 된다. 첨가제가 안 들어간 비싼 잼은 응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잼이 없을 때에는 설탕을 조금 넣어준다.
    5. 한 방향으로 저어야 한다. 방향을 자꾸 바꾸면 크림이 이상해진다.
    6. 저지방 생크림이 있다. 이것은 스파게티나 카레에 넣는 것이다.
      크림 만들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땀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요즘은 바움쿠헨이 아니라 식빵에 생크림을 듬뿍 얹어서 후식으로 먹는다.

특별히 우리가 감동하는 토핑은 바나나이다. 바나나를 슬라이스로 썰어서 생크림에 박아주면 진짜 어울리고 맛있다.

찬혁이의 말로는 그라페를 먹는 것 같단다.

아래가 오늘 저녁에 먹은 작품이다…

 

 

하다 보니, 결국 힘든 크림 만들기는 내 차지가 되었다.

식구들이 말하기를, 내가 만든 크림이 제일 적당하고 맛있다나… 이 발칙한 것들, 사람을 부려먹는 법을 안다니까?

거품기로 생크림을 만들려면 팔이 떨어져나가는 노동을 해야 하지만… 다들 맛있게 먹으며 감탄하는 아부로 인하여 두 말 없이 봉사하고 있다. 나는 너무 착한 것 같아…

 

 

경고. 이 음식은 칼로리가 높고 살이 달라 붙는 음식이다.

때문에 운동을 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만약 운동은 안하고 먹기만 한다면, 욕실 거울 앞에서 저주 받은 자신을 발견하며 절망하게 될 것이다…. 책임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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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찬혁이는 여자친구와 타카오산(高尾山)에 다녀왔다.

r_SDC11324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녀석들은 재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나 보다.

몰래 들고나간 카메라에 사진을 잔뜩 찍어 왔는데… 잊어버렸는지, 저녁식사로 카레 사진 찍고서 꺼내려고 보니까 이 사진들이 그대로 카메라에 들어 있다… 알면 혼나겠지만, 녀석은 페북에 안 들어오니까. 계정은 있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우리 아들의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  짜잔~ ㅋㅋ (왜 이렇게 신나나!)

그녀의 이름은 유미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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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니?

내 말은 왜 이런 사진을 아빠에게 넘기냐 이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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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도시락도 싸왔단다. 싸오라고 시켰다나…

샌드위치 뒤에 숨은 방울 토마토는 유미짱이 직접 재배한 것이다.

역시 찬혁이의 농사는 괜히 시작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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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부쩍 커버렸다. 이제는 내가 보호자가 아니라 보호 받아야 할 느낌이다.

만약 내가 귀가하는 길에 우리 아들들 같은 덩치들이 앉아 있으면… 조용히 돌아가는 길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비겁한 사십대~)

 

준혁이는 중학교 때 농구를 했고, 고등학교에서는 통기타 서클을 하고 있다.

가끔 우리를 위해 라이브 연주를 해주는데… 듣기 좋다. 자기 말로는 연주보다 노래를 잘 한다고 한다. 덕분에 학교에서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보컬로 참여한다.

찬혁이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검도를 중학교에서 선택했다.

벌써 3학년으로 은퇴경기를 했고, 이번에 2단 심사를 받는다. 자기 말로는 자기학교 검도부의 루키라고 하는데, 검도 실력은 몰라도 몸은 확실히 좋다. 벗겨놓으면 이소룡 비슷하다…

 

잘 커준 아이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그 아이들의 배후에 계신 나의 하나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개고생 하며 살아온 이국땅의 세월이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의 나라를 위해서 떠났고, 살았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헛 살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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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7월 18일은 일본의 휴일인 ‘바다의 날’이다.

덕분에 토, 일, 월의 3일 연휴가 만들어졌다. 여행하기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리 동네인 ‘히까리가오까(빛의 언덕)’에서는 3일 동안 마쯔리(지역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일본에 올 때에,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이었다.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중학교2학년, 고등학교1학년이 되어 있다.

이곳에 잘 적응해서, 지금은 친구도 많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다.

 

찬혁이가 월요일에 계획을 하나 잡았다.

집에서 출발하여 동경 시내에 있는 ‘스카이트리’에 다녀오겠다는 것이다.

스카이트리는 동경타워를 대신하는 새로운 동경의 랜드마크다.

내년 봄에 완성되는데, 그 높이가 634m로 방송탑으로서는 세계 최고의 높이란다.

가는 것은 좋은데… 요즘 동경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낮기온이 무려 36~37를 오가는데, 그것도 한낮에는 도시가 달구어져서 훨씬 더 높다.

그리고 집에서 거리가 작지 않다.

직선 거리로 18Km 정도 찍히는데, 우에노공원과 아사쿠사를 경우하기로 코스를 잡으니 왕복 40Km가 훌쩍 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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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걱정을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지지했다.

벌써 학교에서 함께 갈 아이들을 두 명 섭외했는가보다. 그런데 다른 녀석이 그 계획을 듣더니 “너희들 미쳤다!”고 하더란다.

오기가 생긴 찬혁이와 친구들이 그 녀석을 설득했다. 결국 그 녀석도 이번 모험에 같이 가기로 했단다… (같이 미친거지, ㅋㅋㅋ)

 

주모자로서 나름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찬혁이가 전날 잠을 못 잤다. 교회에서 주일 뒷정리를 하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 새벽 5시에 문자가 왔다.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으니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 출발시간을 8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7시에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찬혁이가 없다. 아내의 말을 들으니,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 6시 반에 집을 나갔다고 한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 찬혁이가 찍은 미명. 요즘 동경은 4시 직전에 해가 뜬다. 정말 날을 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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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했더니, 네리마가스가쵸에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카메라는 그냥 핸드폰으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연락하라고 했다.

스쿠터를 타고서라도 출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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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이들이 출발했다. 대략 7 조금 넘어서 출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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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20분에 문자가 도착했다. 우에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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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일단 서양미술관으로 향한다. 
동경시내가 모두 절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술관은 춥다.
아마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일본은 중학생까지 모든 미술관 관람이 무료이다. 
상설전도 그렇지만, 특별전 역시 마찬가지라서… (부럽다!) 아이들은 예술작품을 만나는 것이 아주 즐겁고 쉽게 되어 있다.

우에노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을 찾았는데, 대영박물관 초대전으로 [고대의 그리스전]이 열리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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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이랑 같이 기념촬영도 하고… 땀냄새 물씬~

아직도 생생하네. 역시 아이들이군. 그런데 한 녀석은 그림자처럼 잘 등장하지 않는다.

우에노에는 호수가 있다. 그리고 보트장도 있다.

예전에 데려갔을 때에, 보트를 태워주었더니… 찬혁이가 좋았던가보다.

미술관에서 나와서는 보트장으로… (안 덥니?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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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출하다. 뭔가 먹어야 하겠지.

친구들과 함께 조나산(Jonathan; 일본에서는 절대 조나단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에 갔다.

훼미리 레스토랑이다. (오후12시17분)

메뉴는 스파게티와 팬케익.

이거 먹고 되겠냐만… 아이들의 선택이니까. (용돈 넉넉하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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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달려서 스카이트리에 도착(오후 1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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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념촬영… 목표는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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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는 아사쿠사를 들렸다.

일본인들이 1월1일에 제일 많이 찾는 긴자가 있는 곳이다. 그곳의 뇌문(雷門)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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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갔던 길을 열심히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6시 반에 도착. 무려 12시간의 대장정… 하지만 다행히도 구름이 끼어서 날씨도 도와주었고,

아이들은 모두 생생하게 돌아왔다…

아사쿠사에서 오미야게(여행선물)로 만쥬도 사왔다. (멋진 놈이야!)

 

그런데 이 녀석, 저녁을 먹더니.. 또 나간단다.

오늘이 마쯔리 마지막 날이라고 친구들 만나기로 했단다.

결국 30분 집에 있다가 7시에 나갔다. 아마도 열시는 넘어 들어왔을꺼다.

그리고도 이번 주인가, 다음주에 다시 친구들과 영화 보기로 했다나.

트랜스포머가 일본에서 이번에 개봉하는데, 그걸 보기로 했다고… 에휴~

또 뜯기게 생겼다! ^^ 행복한 비명~

우리 아들은 절대 돈을 달라고 하지를 않는다. 다만 자꾸 내 앞에서 돈을 센다.

그래서 용돈을 줘야 하냐고 물으면 “괜찮아요!”라고 대답한다.

몹시 맘이 불편하다… 결국 내 밥값이라도 주고 만다.

차라리 달라고 하면 꿀밤이라도 줄텐데… 역시 아들은 고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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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를 보았다.

이 영화는 보통 알고 있는 로빈 후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전설의 원형을 소개한다.

로빈은 역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는 영웅으로 묘사되지만, 그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대가 그를 그렇게 만드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자왕 리처드와 함께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로빈이 대중을 향하여 연설하면서, 예루살렘으로부터 돌아오는 길에 많은 나라들을 보았으나 독재는 결국 망하게 되어 있다는 외침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요약한다고 하겠다.

"Rise and rise again until lambs become lions"
“일어나고 일어나라, 양들이 사자들이 되기까지…”

꽤 오랜 전에 받아 두었던 영화였는데, 이제야 보았다. 먼저 보았던 가족들이 조금 지루하다고 하던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중세의 영국 모습과 생활, 사람들의 감정흐름이 잘 묘사된 영화라고 생각된다. 자막이 좀 부실해서 몇몇 장면은 직접 영어로 보아야 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글라디에이터 이후로 리들리 스콧은 뭔가 이미지가 비슷하다. 겸손한 영웅, 혹은 밖으로 용감하면서도 안으로 따뜻한 사람… 뭐 그런 그림이 계속 그려지는 것 같다. 아무튼 영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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