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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5 목양칼럼


 

영웅의 시대는 갔다. 전장의 빗발치는 화살 속에서 용감하게 선두를 달리는 용장(勇將)의 기백은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높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일수록 비겁한 시대가 되었다.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돌격'을 외치는 그런 사람들의 시대 말이다.


작년3월, 후쿠시마의 원전이 쓰나미의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들려졌다. 처음에 그것은 수많은 피해지의 무너진 건물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원전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다가 폭발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방송했고, 그것은 또 다른 재난의 시작이었다. 연이어 방사능 누출이 매일 신기록을 쏟아냈다. 인근지역의 소개(疏開)가 시작되었고, 소방헬기가 바닷물을 퍼서 원전 위에 쏟아 붓는 사상 최악의 대응이 전세계에 중계되었다.

가슴이 떨렸다. 원전사고가 빨리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거기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던 것이다. 동경전력의 안일한 태도가 매일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그것은 원전정책을 결정하고 그 혜택으로 막대한 부를 누렸던 사람들의 몫이지 당시 그곳에서 반강제로 발이 묶여 있는 사원들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나라의 위기를 위해 가족과 눈물로 이별을 하고 동경에서 후쿠시마까지 달려갔던 소방특공대원들의 모습은 실로 장엄했다. 그들이 목숨을 이 위기를 모면하는 값으로 내놓아야 한다면, 과연 그것이 감동만 해도 되는 일일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목숨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게 될까 봐 다른 이의 위기를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외면은 결국 자기의 위기를 앞당긴다.


한 때 나치의 지지자였던 마르틴 니묄러라는 목사가 있다. 그는 나중에 나치의 반대운동에 나섰고 <그들이 왔다>는 아주 유명한 시를 남겼다. 이 시에서 '그들'은 나치이지만, 동시에 우리 시대의 '그들'이기도 하다.

"맨 먼저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잡으러 왔지만 /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그들은 노동조합원을 잡으러 왔지만 나는 /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지만 /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마지막으로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지만 /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개신교 기독교인들을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고 부른다. 이 말은 '항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중세의 암흑 속에서 왕이, 귀족이, 그리고 심지어 종교의 사제가 불의(不義)로 하나님을 사칭할 때에, 오직 손에 성경을 들고 진리를 위해 항의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항의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매를 맞고, 심지어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을 거룩한 희생으로 받고 하늘의 보상을 믿으며 죽어갔기에 시대의 어둠을 걷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일본의 원전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걸고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설사 다시 후쿠시마의 원전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결코 그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도장을 찍고, 누군가를 그곳에 보낼 뿐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이름이 다음에는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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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는 밥이다. 이 말은 개인적인 원칙이다.

라면을 먹어도 꼭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곁들여야 끼니가 된다. 참 번거롭게 한다.

입맛은 까다롭지 않아서 아무 것이나 잘 먹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라 없으면 고집 부려가며 찾지 않지만, 그래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조금은 난감한 부분이 있는 셈이다.

 

오늘은 토요일, 오랜만에 스파게티를 했다.

해물 크림 스파게티는 몇 번 해 먹었는데, 토마토 스파게티는 정말 오랜만이다. 한 반 년은 된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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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보통 레스토랑에서 주문했으면 3~4인분은 되었을 양을 거뜬하게 해치우는 대식가들이랑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 집 저녁은 항상 푸짐해야 말이 된다. 보통의 가정에서 생각하는 1인분은, 우리 집에서는 디저트 정도로 밖에 취급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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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잘 먹었다.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그런데 나는… 이 허전함은 뭐지? 뭔가 아직 저녁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이 낯선 느낌은 뭐지? 분명히 배는 부른데 아직 덜 끝난 것 같은 이 당혹스러운 감각은… 뭐지?

시원한 콜라 한 잔 하고 싶다. 더워서. 아이, 밥돌이 본능을 커피로 압도해야지. 원두 커피나 한 주전자 뽑아서 배터지게 마셔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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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휘핑크림을 사다가 집에서 생크림을 만들어 먹은 것이 꽤 되었다.

카레를 만들 때에도 생크림을 넣으면 훨씬 부드럽고 맛있어지기 때문에 냉장고에 대체적으로 꼬리를 물고 대기한다.

 

일본에는 バウムクーヘン (바우므쿠-헨, 독 Baumkuchen : 바움쿠헨) 이라는 빵이 있다.

이 빵의 이름이 독일어이고, 바움쿠헨이라는 것은 이 글을 쓰면서 지금에야 검색을 해서 알았다…

대단히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케익빵인데, 도너스 같이 가운데가 텅 비어 있고 카스테라풍의 빵을 겹겹이 감아서 자르면 나무결 같은 무늬가 나타나는 빵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가 바로 바움쿠헨이다.


 

생크림을 만들어서 이 빵에 잘 발라주고 과일로 토핑을 하면 멋진 생일케익이 된다.

우리집은 생일마다 이렇게 케익을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휘핑크림을 가지고 생크림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다. 어쩔 때에는 잘 되고, 어쩔 때에는 너무 잘 되지 않아서 1시간이 넘도록 가족들이 서로 돌려가며 고생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름 비법을 알게 되었다.

 

    1. 그릇에 물기가 있으면 안 된다.
    2. 온도가 차가울수록 쉽다. 그래서 그릇도 냉장고에 잠시 넣었다가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3. 잼을 바닥에 조금 넣으면 응고재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된다.
      (딸기잼, 사과잼, 블루베리잼… 단, 싸구려가 잘 된다. 첨가제가 안 들어간 비싼 잼은 응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잼이 없을 때에는 설탕을 조금 넣어준다.
    5. 한 방향으로 저어야 한다. 방향을 자꾸 바꾸면 크림이 이상해진다.
    6. 저지방 생크림이 있다. 이것은 스파게티나 카레에 넣는 것이다.
      크림 만들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땀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요즘은 바움쿠헨이 아니라 식빵에 생크림을 듬뿍 얹어서 후식으로 먹는다.

특별히 우리가 감동하는 토핑은 바나나이다. 바나나를 슬라이스로 썰어서 생크림에 박아주면 진짜 어울리고 맛있다.

찬혁이의 말로는 그라페를 먹는 것 같단다.

아래가 오늘 저녁에 먹은 작품이다…

 

 

하다 보니, 결국 힘든 크림 만들기는 내 차지가 되었다.

식구들이 말하기를, 내가 만든 크림이 제일 적당하고 맛있다나… 이 발칙한 것들, 사람을 부려먹는 법을 안다니까?

거품기로 생크림을 만들려면 팔이 떨어져나가는 노동을 해야 하지만… 다들 맛있게 먹으며 감탄하는 아부로 인하여 두 말 없이 봉사하고 있다. 나는 너무 착한 것 같아…

 

 

경고. 이 음식은 칼로리가 높고 살이 달라 붙는 음식이다.

때문에 운동을 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만약 운동은 안하고 먹기만 한다면, 욕실 거울 앞에서 저주 받은 자신을 발견하며 절망하게 될 것이다…. 책임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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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찬혁이는 여자친구와 타카오산(高尾山)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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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녀석들은 재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나 보다.

몰래 들고나간 카메라에 사진을 잔뜩 찍어 왔는데… 잊어버렸는지, 저녁식사로 카레 사진 찍고서 꺼내려고 보니까 이 사진들이 그대로 카메라에 들어 있다… 알면 혼나겠지만, 녀석은 페북에 안 들어오니까. 계정은 있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우리 아들의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  짜잔~ ㅋㅋ (왜 이렇게 신나나!)

그녀의 이름은 유미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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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니?

내 말은 왜 이런 사진을 아빠에게 넘기냐 이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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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도시락도 싸왔단다. 싸오라고 시켰다나…

샌드위치 뒤에 숨은 방울 토마토는 유미짱이 직접 재배한 것이다.

역시 찬혁이의 농사는 괜히 시작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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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부쩍 커버렸다. 이제는 내가 보호자가 아니라 보호 받아야 할 느낌이다.

만약 내가 귀가하는 길에 우리 아들들 같은 덩치들이 앉아 있으면… 조용히 돌아가는 길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비겁한 사십대~)

 

준혁이는 중학교 때 농구를 했고, 고등학교에서는 통기타 서클을 하고 있다.

가끔 우리를 위해 라이브 연주를 해주는데… 듣기 좋다. 자기 말로는 연주보다 노래를 잘 한다고 한다. 덕분에 학교에서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보컬로 참여한다.

찬혁이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검도를 중학교에서 선택했다.

벌써 3학년으로 은퇴경기를 했고, 이번에 2단 심사를 받는다. 자기 말로는 자기학교 검도부의 루키라고 하는데, 검도 실력은 몰라도 몸은 확실히 좋다. 벗겨놓으면 이소룡 비슷하다…

 

잘 커준 아이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그 아이들의 배후에 계신 나의 하나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개고생 하며 살아온 이국땅의 세월이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의 나라를 위해서 떠났고, 살았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헛 살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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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7월 18일은 일본의 휴일인 ‘바다의 날’이다.

덕분에 토, 일, 월의 3일 연휴가 만들어졌다. 여행하기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우리 동네인 ‘히까리가오까(빛의 언덕)’에서는 3일 동안 마쯔리(지역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일본에 올 때에,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이었다.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중학교2학년, 고등학교1학년이 되어 있다.

이곳에 잘 적응해서, 지금은 친구도 많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다.

 

찬혁이가 월요일에 계획을 하나 잡았다.

집에서 출발하여 동경 시내에 있는 ‘스카이트리’에 다녀오겠다는 것이다.

스카이트리는 동경타워를 대신하는 새로운 동경의 랜드마크다.

내년 봄에 완성되는데, 그 높이가 634m로 방송탑으로서는 세계 최고의 높이란다.

가는 것은 좋은데… 요즘 동경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낮기온이 무려 36~37를 오가는데, 그것도 한낮에는 도시가 달구어져서 훨씬 더 높다.

그리고 집에서 거리가 작지 않다.

직선 거리로 18Km 정도 찍히는데, 우에노공원과 아사쿠사를 경우하기로 코스를 잡으니 왕복 40Km가 훌쩍 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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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걱정을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지지했다.

벌써 학교에서 함께 갈 아이들을 두 명 섭외했는가보다. 그런데 다른 녀석이 그 계획을 듣더니 “너희들 미쳤다!”고 하더란다.

오기가 생긴 찬혁이와 친구들이 그 녀석을 설득했다. 결국 그 녀석도 이번 모험에 같이 가기로 했단다… (같이 미친거지, ㅋㅋㅋ)

 

주모자로서 나름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찬혁이가 전날 잠을 못 잤다. 교회에서 주일 뒷정리를 하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 새벽 5시에 문자가 왔다.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으니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 출발시간을 8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7시에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찬혁이가 없다. 아내의 말을 들으니,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 6시 반에 집을 나갔다고 한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 찬혁이가 찍은 미명. 요즘 동경은 4시 직전에 해가 뜬다. 정말 날을 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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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했더니, 네리마가스가쵸에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카메라는 그냥 핸드폰으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연락하라고 했다.

스쿠터를 타고서라도 출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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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이들이 출발했다. 대략 7 조금 넘어서 출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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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20분에 문자가 도착했다. 우에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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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일단 서양미술관으로 향한다. 
동경시내가 모두 절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술관은 춥다.
아마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일본은 중학생까지 모든 미술관 관람이 무료이다. 
상설전도 그렇지만, 특별전 역시 마찬가지라서… (부럽다!) 아이들은 예술작품을 만나는 것이 아주 즐겁고 쉽게 되어 있다.

우에노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을 찾았는데, 대영박물관 초대전으로 [고대의 그리스전]이 열리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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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이랑 같이 기념촬영도 하고… 땀냄새 물씬~

아직도 생생하네. 역시 아이들이군. 그런데 한 녀석은 그림자처럼 잘 등장하지 않는다.

우에노에는 호수가 있다. 그리고 보트장도 있다.

예전에 데려갔을 때에, 보트를 태워주었더니… 찬혁이가 좋았던가보다.

미술관에서 나와서는 보트장으로… (안 덥니?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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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출출하다. 뭔가 먹어야 하겠지.

친구들과 함께 조나산(Jonathan; 일본에서는 절대 조나단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에 갔다.

훼미리 레스토랑이다. (오후12시17분)

메뉴는 스파게티와 팬케익.

이거 먹고 되겠냐만… 아이들의 선택이니까. (용돈 넉넉하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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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달려서 스카이트리에 도착(오후 1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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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념촬영… 목표는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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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는 아사쿠사를 들렸다.

일본인들이 1월1일에 제일 많이 찾는 긴자가 있는 곳이다. 그곳의 뇌문(雷門)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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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갔던 길을 열심히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6시 반에 도착. 무려 12시간의 대장정… 하지만 다행히도 구름이 끼어서 날씨도 도와주었고,

아이들은 모두 생생하게 돌아왔다…

아사쿠사에서 오미야게(여행선물)로 만쥬도 사왔다. (멋진 놈이야!)

 

그런데 이 녀석, 저녁을 먹더니.. 또 나간단다.

오늘이 마쯔리 마지막 날이라고 친구들 만나기로 했단다.

결국 30분 집에 있다가 7시에 나갔다. 아마도 열시는 넘어 들어왔을꺼다.

그리고도 이번 주인가, 다음주에 다시 친구들과 영화 보기로 했다나.

트랜스포머가 일본에서 이번에 개봉하는데, 그걸 보기로 했다고… 에휴~

또 뜯기게 생겼다! ^^ 행복한 비명~

우리 아들은 절대 돈을 달라고 하지를 않는다. 다만 자꾸 내 앞에서 돈을 센다.

그래서 용돈을 줘야 하냐고 물으면 “괜찮아요!”라고 대답한다.

몹시 맘이 불편하다… 결국 내 밥값이라도 주고 만다.

차라리 달라고 하면 꿀밤이라도 줄텐데… 역시 아들은 고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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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를 보았다.

이 영화는 보통 알고 있는 로빈 후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전설의 원형을 소개한다.

로빈은 역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는 영웅으로 묘사되지만, 그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대가 그를 그렇게 만드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자왕 리처드와 함께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로빈이 대중을 향하여 연설하면서, 예루살렘으로부터 돌아오는 길에 많은 나라들을 보았으나 독재는 결국 망하게 되어 있다는 외침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요약한다고 하겠다.

"Rise and rise again until lambs become lions"
“일어나고 일어나라, 양들이 사자들이 되기까지…”

꽤 오랜 전에 받아 두었던 영화였는데, 이제야 보았다. 먼저 보았던 가족들이 조금 지루하다고 하던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중세의 영국 모습과 생활, 사람들의 감정흐름이 잘 묘사된 영화라고 생각된다. 자막이 좀 부실해서 몇몇 장면은 직접 영어로 보아야 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글라디에이터 이후로 리들리 스콧은 뭔가 이미지가 비슷하다. 겸손한 영웅, 혹은 밖으로 용감하면서도 안으로 따뜻한 사람… 뭐 그런 그림이 계속 그려지는 것 같다. 아무튼 영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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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박범신
출판 : 문학동네 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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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복잡하다. 그래서 지식인도 복잡하다.
이적요는 ‘고요함’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사용하는 일흔의 유명 시인이다.
서지우는 이적요의 제자이며, 실제로는 이적요의 글로 나이 마흔 무렵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은교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이적요의 집을 드나들게 되었던 동네 소녀(처녀)이다.

이 중에서 둘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서지우와 지병으로 죽은 이적요.
이들이 남긴 노트가 공개를 앞두고 변호사에게 읽혀진다. 그것이 이 책의 스토리이다.

책은 혼돈스럽다. 다수의 시가 삽입되고, 감정을 묘사하는 섬세한 표현들이 얽혀간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혼돈스러운 것은 심상(心狀)이다.

소설은 지식인의 감정 속에서 타부(Taboo)를 건드린다.
사랑, 시기, 살인,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지루한 변명들. 
문학의 껍질 속에서 마치 모든 현실이 몽환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오지만, 그러나 그 관능적인 언어들의 이면을 들추면 치열한 존재의 속살이 드러난다.

나도 글을 쓰지만, 글은 관념이다.
그 여실한 한계를 아무리 애써도 넘을 수 없다. 결국 글로 표현되는 세상이란 글을 읽는 자의 주관과 경험에 기댈 뿐이다. 이런 생각을 나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글은 공허하고 고독하다.

작가는 이 책을 왜 썼을까? 
문학과 문학계에 대한 비아냥, 아니면 점점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이면에서 어느 봄날 은교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살인의 충동을 가졌기 때문일까?
갑자기 서재에 앉아 글을 쓰는 작가와 작가의 글이 오버랩되곤 했다, 글을 읽는 중간중간에.

여름 하늘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燈籠). 새벽에야 책을 덮었더니 입안이 텁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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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전자책 리더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활용도가 높고 매력이 있다.

디자인도 매력적이거니와 무수한 어풀들의 힘이 결코 가볍지 않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서 아이패드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아이패드 덕분에 구매한 첫 어플에 대한 포스팅이다.

전자책인데, 옆의 그림과 같이 [우슬라의 꿈]이라는 간단한 소책자이다.

대략 80여 페이지 되는 분량이고 바다생물의 삽화와 여백을 생각하면 정말 간단한 책이다.

그러나 글이 참 좋았다.

깊이 빨려들게 하는 흡인력과 담담한 문체, 그리고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심도가 있는 '관계'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끌었고, 공명하게 했다. 근간에 보았던 책들 중에서 참 마음에 남는 책이다.


'우슬라'라는 이름의 뜻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설명된다.

이 소심하고 너무 평범한 20대의 아가씨와 함께 그녀의 집과 회사와 학원을 오고가다 보면, 사람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생각하게 된다. 바다를 갈망하는 그녀의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실상 모든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낯선 얼굴인지 모른다.

나부터가 마음이 허전하고 복잡할 때, 무작정 바다로 달려가 그 파도의 오고 물러섬을 한없이 바라보며 마음을 어루만진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바다는 상처 받은 인간에게 말을 거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런 바다와의 이야기가 때로는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책을 볼 사람을 위해 최대한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한다. 그러나 마지막은 지극히 행복스럽다. 진심이 드러나고 옅은 미소가 생긴다. 그러니 결코 부담 없이 천천히 눈에 담아도 좋겠다... 


잘 생기고 유능한 사람들이 세상을 가진 것 같아도, 실상 세상은 우슬라들의 세상이다. 작가도 그 말을 하고 싶었을 게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을 믿는다. 이미 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기에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우슬라들에게 축복을 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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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진명
출판 : 새움 20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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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소설이다. 이미 [고구려] 3권을 통해 북방의 고대사에 대한 깊은 갈증을 고백한 작가 김진명은, 이제 고조선 이전의 뿌리를 찾아 여행을 한다.

그가 서두에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왜 조선의 말에 고종은 국호를 대한제국이라고 했을까? 실록에 따르면, 분명히 삼한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문이 생긴다. 압록강 이남의 영토를 가지고 있었던 조선에서 어떻게 백제와 가야에 병합되었다는 남부의 마한, 진한, 변한을 계승한다는 말인가?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듯, 조선이 고조선을 계승했듯, 대한제국은 무언가 그럴듯한 시조를 찾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작가 김진명은 식민지사관에 도전하며, 삼한이 결코 한반도 남부의 나라가 아니라, 실제로 고조선의 유민에 의해 세워진 나라였음을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의 한후[韓侯]를 한(韓)나라의 왕이라고 해설하며, 중국의 학자였던 왕부의 책에 나온 구절을 함께 제시한다. 그의 주장을 따른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고조선의 5천년이 아니라, 그보다 3천년이나 더 멀리 가는 8천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다.

소설 속의 자료와 역사의 실제를 증명하는 실험들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때문에 김진명은 이 소설을 통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역사학 강의를 모든 한국인들에게 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은 왜 자신들이 한국인(韓國人)이라고 불려지는지 그 의미를 알 필요가 있을테니까...

재미 있을뿐 아니라, 가슴이 뛰는 소설이었다. 허망하게 남대문이 불타고, 오랜 식민지사관의 교육에 자기 나라 역사조차 헷갈리고 오해하는 현실의 암울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뿌리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위로와 긍지가 마음을 흔들었다. 

더운 여름을 잊게 할만한 한 권의 책을 찾는다면, 그리고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손에 잡을만 하다. 일단 잡으면 쉬이 놓지 못하겠지만, 놓았을 때에는 또한 많은 여운이 남을 것이다. 역사란 항상 그런 대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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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법정,류시화
출판 : 문학의숲 20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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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엮은이 류시화는 인도를 여행하고, 항상 깨달음과 관련된 책을 내는 사람이다. 그의 책이 보통 이교(異敎)적이기 때문에 기독교적 입장에서는 그리 환영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본래의 작가인 법정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불교 승려이다. 
개인적으로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은 것이 초등학교 말에서 중학교 입학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고판의 책은 세로로 되어 있었고,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는 것이 좋았고 내용도 볼만 해서 그럭저럭 읽어갔다. 그랬다가 20대 중반 정도에 다시 그 책을 읽고는 법정 스님의 팬이 되었다.
<산에는 꽃이 피네>도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구도자의 길을 가는 승려의 말이다. 중간중간 엮은이가 자기 말을 곁들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오히려 방해스러웠다. 너무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법정 스님의 말은 투박하고, 거침이 없고, 자기 다웠다.
믿음의 방향은 다르지만, 오히려 이 늙은 승려에게 믿음의 자세를 본받아야 하리라. 버리고 비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인생을 살고,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속에서 사색과 깨달음이 얼마나 절실한 아름다움인지를 배우게 하는 책이다. 사람이 아름다우면 그가 뱉어내는 말도 참 자기스럽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했다.

얼마 전에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다. 불교는 이 구도자의 장례(다비식)을 두고도 사단을 겪었지만... 글로 좋아했던 분을 잃어서 슬펐다. 언젠가는 고적한 산사에서 같이 마루에 앉아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분인데... 기회가 흘렀다. 삼가 고인을 위해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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